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팹(FAB)인 중국 시안 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계획된 일정에 맞춰 시황에 대응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시안 2공장에서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출하식은 신규 라인 가동에 따른 제품 양산을 기념하는 행사다.
삼성은 이곳에서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서 데이터 저장장치로 활용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 특히 수직 구조로 회로를 쌓아 올려 저장 용량을 키운 3차원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 기지다. 1공장과 2공장으로 구성돼 있다. 1공장은 2012년 착공해 2014년 상반기에 가동됐고, 2공장은 2017년 8월부터 1단계 투자가 진행돼 이번에 일부 라인이 완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현재 시안 2공장에 갖춘 설비 규모는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2만장(20K)이다. 삼성이 계획한 시안 2공장 1단계 투자의 총 규모는 6만5000장(65K)으로 전체 계획 대비 현재 약 30%가 갖춰진 셈이다. 반도체 공장 생산 능력(CAPA)은 통상 건물을 먼저 세운 후 시황에 맞춰 필요한 설비를 들여놓는 방식으로 조절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에 대응해 시안 2공장을 내년(2020년) 초에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코로나19 확산에도 일정대로 공장 가동을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강세인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에 한발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낸드플래시는 데이터센터 등 수요 회복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등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까지는 재소 수준이 낮아 낸드플래시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으로 확산되는 세계 대유행(팬데믹) 상황이라는 게 변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위험성이 커져 3분기 이후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정대로 시안 2공장 라인 가동을 시작했지만 추가 증설은 속도를 조절하는 등 신중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와 D램 모두 1위인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사다.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설비 투자는 시안 2공장 낸드플래시 증설과 평택 2공장 D램 증설에 맞춰져 있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