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업계가 우려한 일이 현실화했다. 국회가 지난달 17일 한 달 일정으로 2월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ICT 분야의 주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하면서 민생·경제 법안은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정보통신망법,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 ICT 분야의 주요 법안이 가까스로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는 데 그쳤다. ICT 산업발 금융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주목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도 여당의 반대표에 막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벤처업계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며 줄기차게 반대 의견을 표명한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금지법'은 오히려 국회 입법 문턱을 넘었다.
산업계가 신규 시장 창출을 통한 경제 활력을 위해 호소한 법안은 입법 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산업계가 원안 처리를 반대한 법안은 국회를 통과, 시행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졌다.
20대 국회 임기는 5월 말까지로 불과 두 달 남짓 남았다. 4월 15일 21대 총선 전후를 감안하면 20대 국회의 남은 시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20대 국회는 여야 간 충돌 속에 '식물국회' 또는 '동물국회'로 회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열심히 입법 활동을 벌인 일부 의원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정치 활동에 머물렀다. 국민의 비난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뒤돌아서면 또다시 구태의연한 모습을 되풀이했다.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누군가는 21대 의원이 되고 누군가는 여의도를 떠날 것이다. 제자리를 지키든 그렇지 않든 20대 국회의 공과는 고스란히 남는다. 20대 국회가 마지막 임기까지 할 일은 마치고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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