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를 타고 강남역 대형 주차타워로 이동했다. 차량을 세워둔 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골목길에 있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식사할 동안 차량관리 대행업체가 사물함에서 키를 수령해 서비스센터 및 주유소를 방문, 차량 점검과 주유를 마쳐놨다.
◇ 카셰어링·경정비·택배수령 등 부가사업 접목
미래 주차장은 단순히 차량을 세우는 공간이 아니다. 무인화를 넘어 오토 및 공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현재 여러 대형 주차장 운영 업체는 주차장을 통해 부가 매출을 올리는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적절한 외부업체와 협업하거나 자체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차장의 중요성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더 커진다. 주차장 운영 업체는 해당 주차장 이용객이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선 운전자가 차량을 주차한 뒤 소형 로보택시를 부르거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근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 가능하다. 계획도시가 아닌 이상 자율주행차가 골목길까지 주행하는 건 쉽지 않아 서비스 이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주차장에 남겨진 차량에 대한 유지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차주가 차 키를 지정 사물함에 넣어두면 차량관리대행업체가 차량 경정비, 타이어교체, 연료충전, 세차 등의 서비스를 받아오는 방식이다. 현재 '카버샵(CarBarbershop)'이라는 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면 차량 공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용이하다. 차량이 이용자를 기다리는 동안 세워질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파크24사 주차장 사업을 기반으로 차량 공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산업은 국내에서 쏘카, 그린카만 차량이 2만대를 넘어서는 등 높은 성장세에 있다.
운송업체에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B2B 사업 모델도 있다. 정기주차권을 판매해 비운행 시 주차장에서 차량을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운송업체는 차량 주차를 위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의 경우 AJ렌터카 등과 계약을 맺어 차량을 주차해왔다.
◇ 주차장 시장 성장 지속
주차장 운영 사업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VIG파트너스에 따르면 한국 주차장 운영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2260억원에서 2020년 1조466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차장이 무인화되면서 장비 시장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업계는 약 4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주차장 사업이 주목받는 건 차량 대비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시 지역에 인구가 밀집되면서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은 2017년 기준 주차장 확보율이 130.09%에 달하지만 아파트 등 주거공간을 제외하면 주차공간은 충분하지 않다. 대구(88.08%), 인천(80.62%), 광주(93.53%) 등은 주차장 확보율이 100%를 밑돈다.
대형 주차장 운영업체의 등장은 주차장 운영주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최저 2000만원이면 차량번호 인식 카메라, 정산기 등을 도입할 수 있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매출도 전산으로 정확히 파악 가능하다. 운영까지 대행을 맡기면 관리비를 절감하면서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카카오, SK텔레콤 등이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다.
시장의 기술적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카메라로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고 정산기를 통해 주차비를 계산만 하면 된다.
대형 업체 강점은 마케팅 역량이다. 내비게이션 앱 등과 제휴해 주차장 쿠폰을 제공, 주차장 이용률을 높이는 데 경쟁우위가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차장 이용률이 운영 대행 전환 시 오르는 배경이다. 관제실을 구축해 무인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즉각 대응하는 것도 개인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차장 운영 업체는 소규모 주차장뿐 아니라 대학, 병원, 쇼핑몰 등에도 부가 매출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다. 유동인구를 늘려 간접적으로 이용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유휴 부지를 활용해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AJ파크 강남역점의 경우 건물을 올리기 전까지 유휴 부지가 된 땅에 위치한다. AJ파크가 공간을 임대해 주차장 설비를 구축해 운영하고 땅 주인에게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 주차 수요가 풍부한 입지적 조건을 갖춰 양측 모두에 이익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장은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라며 “주요 거점에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일본에 이어 미국, 동남아 등에서도 주차장 관제 시스템과 운영 대행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