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합 전문가들이 금융산업에서 약진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라서며 디지털 전문성이 금융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금융채널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척했다. 이른바 '옴니 채널' 전문가들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채널 본부장 출신 빈대인 부산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빈 행장은 전통 부산은행 채널과 조직을 행장 취임 후 디지털 구조로 혁신한 주역이다. 본부장 시절 국내 최초 금융과 유통이 결합된 모바일 금융플랫폼 '썸뱅크' 출범을 이끌었다.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지방은행이지만 디지털 혁신 저력을 발휘했다.
출시 이후 계좌 기반 QR간편결제 서비스 '썸패스'와 소상공인 플랫폼 '썸스토어'를 선보이며 썸뱅크는 이제 부산은행의 대표 디지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전 영업점의 디지털화도 구축했다.
디지털컨시어지, 셀프출납인수도기, STM(Smart Teller Machine), 지정맥 생체인증, 태블릿브랜치 도입을 통해 내점 고객 편의와 직원 업무 효율화를 일궈냈다.
미래 신사업인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도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디지털 1세대 행장으로 한국 금융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손병환 농협은행장도 스마트금융 부장 시절, 국내에 오픈 API를 처음 도입한 디지털 혁신 인물이다.
종전 은행의 텃밭이었던 펌뱅킹 서비스를 과감히 탈피하고, 현 오픈뱅킹 시발점이 된 국내 최초 오픈 API를 첫 개발, 적용했다. 이후에는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함께 국내 1호 금융보안 클라우드를 설립하는데 기여했다. 전통 농협맨으로 불리지만 과감한 디지털 혁신 정책으로 농협은행 디지털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케이뱅크 행장으로 선임된 이문환 비씨카드 대표도 '금융+통신' 옴니 채널을 구축한 디지털 1세대로 부상했다. 농협, 웹케시 등과 함께 KT 재직시절 클라우드 기반 국내 최초 금융보안데이터센터(FSDC)를 출범시켰다.
비씨카드 사장 취임 후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북'을 고도화해 가입자만 800만명 이상을 끌어들였다. 국내 최초로 FIDO(생체인증 국제 표준 규격) 기반의 자체 안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드사 최초로 QR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굵직한 디지털 혁신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디지털 혁신성을 인정받아 케이뱅크 행장에 선임됐다.
대형 핀테크 기업에도 ICT 전문가 약진이 두드러진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카카오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한 개발자 출신이다.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성공시키며 우리나라에 생소했던 핀테크 산업 영역을 넓히는 데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출시 4년여 만에 카카오페이를 가입자 3000만명, 연간 거래액 48조 1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권영탁 핀크 대표도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SKT와 하나카드 등 모바일과 핀테크 비즈니스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핀테크 전문가다.
SKT에서 유통기획팀, 판매기획팀, 제휴사업팀, 마케팅전략팀 등을 거쳐 하나카드 모바일팀, 모바일마케팅팀, 핀테크사업팀까지 관련 업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금융권에서 볼 수 없었던 상품과 서비스를 연달아 출시했다. 국내 모바일카드를 최초로 상용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문가들이 경영자가 되면서 조직 자체도 급변한다. 내부가 아닌 외부 IT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거나 보신주의 타파, 대형 IT투자 등이 단행되면서 이제 전통 금융시장도 ICT 주도의 융합 전문가들이 퀀텀점프를 하는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평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