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재선 성적표 초라…"당 혜택 입었으면 험지 출마" 인식도 극복해야

과학·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출신 비례대표 의원의 고전은 앞서 19대 국회에서도 일어났다. 국회에서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해 선순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전문가 인재'를 국회가 일회성으로 소모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19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1번에 여성 과학자 민병주 의원을 올렸다. 민 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으로 한국과학기술총단체연합회 이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등을 지냈다. 민 의원은 20대 국회에 도전하고자 대전 유성갑에 공천 신청을 했으나 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현재는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내고 있다.

19대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을 받은 강은희 위니텍 대표도 의원을 지낸 이후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던졌다가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탈락했다. 강 전 의원은 국회에는 재입성하지 못했지만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제10대 대구광역시 교육청 교육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비례대표 당선권 순위에 이렇다할 과학·ICT 전문가를 올리지 않았다.

지역구 의원도 순탄치 않았다. 19대에서 IT·벤처기업 출신으로 대구 북구갑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던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대에서 공천 받지 못했다. 이후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에서 경기 분당을에 공천 신청을 했으나 21대 선거에서도 공천 탈락했다. 한글과 컴퓨터 출신 전하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대에 경기 분당을에서 당선됐으나 20대 때 같은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지역구에 기반한 과학·ICT 전문가 의원 중에서는 옛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북 청원)이 17~20대 선거에 연이어 당선돼 중진의원으로 자리잡았다. 변 의원은 21대 선거에도 같은 지역구로 출마한다. 국회에 들어온 후 과기계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자리매김한 이상민 의원(민주당, 대전 유성구을)도 17~20대에 이어 5선에 도전한다. 이들은 해당 분야 전문성과 함께 지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췄기에 다선이 가능했던 경우다.

하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대다수 지역구 의원은 비례대표들이 당에서 한 번 혜택을 본만큼 '험지 출마'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미래통합당에서는 비례대표인 김성태·임이자 의원 등이 영남권에 도전하는 것을 두고 쓴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당의 텃밭 지역에 공천을 신청하면 대부분 경선에서 탈락한다. 반대로 험지로 신청하면 공천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선거에서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 텃밭인 서울 서초을 험지 출마를 선언한 박경미 의원(20대 민주당 비례대표 1번)의 도전이 주목된다. 박 의원은 “의정활동만 하다가 이미 오랜 기간 지역기반을 다진 상대후보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비례대표라 불리할 것이라는 것은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선전을 다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