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완성차업계 최초로 '연구개발(R&D)-사업-제조(생산)'를 시장과 밀접한 현장에서 일괄 처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혁신센터를 싱가포르에 구축한다.
R&D, 제조, 판매, 각종 후방 서비스 산업까지 모든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시장에 곧바로 접목해서 시험·상용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혁신 거점이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다품종 소량 생산에 크게 유리한 전기차·전동화 시대를 고려한 최상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래차 시대를 이야기할 때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모빌리티 개발·생산 체계를 현대차가 주도할지 주목된다. <본지 3월 17일자 2면 참조>
현대자동차는 31일 싱가포르에 현대모빌리티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을 실증,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센터는 'R&D-사업-제조' 등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 전반에서 새로운 사업과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신개념 개방형 혁신 연구소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산업단지에 부지 4만4000㎡(약 1만3000평), 건축면적 2만8000㎡(8500평) 규모로 지어진다. 5월 착공해 2022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의 혁신 생태계와 현대차그룹의 개방형 혁신 전략을 담당하는 조직을 구축해 '다중 모빌리티' 등 다양한 실증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차량의 '개발-생산-판매' 등 전 과정을 아우르며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하는 전초기지로 삼는다.
센터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와 연계한 차량 개발 기술과 '고객 주문형 생산 시스템'도 도입한다.
지능형 제조 플랫폼은 일반의 자동화 수준을 넘어 고도화·지능화된 제조 기술을 적용하는 생산 방식이다. 근로자는 인력 대체가 어려운 최소한의 분야에만 투입된다.
센터는 소규모 전기차 시범생산 체계를 갖추고 이를 실증한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해 지능형 제조 플랫폼에서 생산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사양에 따라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검증한다.
현대차 서보신 사장은 “HMGICs는 현대차가 구상하는 미래를 시험하고 구현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험장”이라면서 “이번 센터 설립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에 따라 추진하는 혁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탄콩휘 부청장은 “싱가포르가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는 기업에 제공하는 가치가 결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난양공대 등 싱가포르 현지 대학·스타트업·연구기관 등과도 긴밀한 협업을 진행한다. 현대차에서도 혁신 사업과 R&D 부문 핵심 조직 및 인력을 보낸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혁신 거점 '현대 크래들'과 AI 전담 조직 'AIR랩'을 동반 진출시켜 개방형 혁신 전략 시너지를 최대화한다. '현대 크래들'은 한국, 미국, 이스라엘, 독일, 중국 등 5개 지역에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를 확장하게 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현대차와 그랩은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싱가포르 및 인도네시아에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세부 과제를 선행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싱가포르는 오는 2025년까지 국가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개발하는 '스마트네이션'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부터 싱가포르 정부와 이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