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뚫는 자는 흥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흥망성쇠는 결국 폐쇄와 개방이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사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개방 덕이었다. 개방은 규제 없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이다. 개방의 핵심은 규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할 시기에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부작용이 발생하자 규제가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규제 공화국이 된 것이다. 좋은 규제도 있지만 나쁜 규제 또한 너무 많다.
나쁜 규제 사례를 살펴보자. 전 세계가 사용하는 우버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한국형 우버인 '타다'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가 운행 금지 상황에 놓였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도 나쁜 규제의 대표 사례다. 전통 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이지만 대형마트가 휴무라고 시장을 가겠는가? 시장을 살리려면 인프라를 개선해서 고객을 불러들여야지 대형마트를 죽인다고 활성화가 되겠는가? 1등 학생에게 강제로 공부를 못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와인의 온라인 판매를 금하는 것도 나쁜 규제에 속한다. 청소년 음주 금지법 위반이란다. 온라인에서 와인을 판매한다고 청소년 알코올 중독자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이렇게 막연한 불안감으로 나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규제를 없애는 것은 혁명보다 어려울 수 있다. 여러 정부가 규제를 없앤다고 했지만 규제는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혁신 기업인이 탄생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의 60%가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 규제를 없앨 신통한 해법은 없을까?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4관왕이 화제였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은 콘텐츠의 승리다. 탄탄한 스토리와 디테일한 연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은 콘텐츠 강국이었다. 두보·이백·소동파를 비롯한 수많은 문인, 춘추·사기·삼국지와 같은 각종 역사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고려나 조선은 중국 콘텐츠를 도입하고 배워야 했다. 지금은 한국 콘텐츠가 중국을 앞선다. 이런 역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몇 년 전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표에게서 들은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콘텐츠는 한국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영화, 미술 등 모든 예술 분야에서 공산당에 해가 될 만한 콘텐츠는 허가하지 않는다. 규제 때문에 예술인의 창의성은 아예 싹도 띄울 수 없는 풍토'라는 것이다. 한국에 비해 경제 분야는 규제가 적은 반면에 문화〃예술 분야 규제는 훨씬 많다.
이제는 규제를 없애는, 창의에 기반을 둔 발상을 적극 실천해야 할 때다. 세 가지 제언을 적극 검토해 보자.
첫째 '원 인 투 아웃(규제비용총량제) 제도를 도입한다. '규제를 하나 늘리면 규제 두 개를 줄여야 한다'는 제도로, 과거 규제 때문에 문제가 많던 영국에서 시작됐다. 이어 2017년에 미국도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원동력이 됐다. 우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 꾸준히 제안했지만 정치성 등을 이유로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 제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적극 논의했으면 한다.
둘째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평가 기준을 바꾼다. 국회의원의 의무가 법안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불필요하게 규제를 만들게 된다. '법안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를 기준으로 국회의원 실적을 평가하다 보니 나쁜 규제가 양산되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나쁜 법안을 없애는 국회의원을 높게 평가함으로써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길을 열어 준다면 좋지 않을까?
셋째 규제를 없애는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규제는 공무원의 주요 업무이자 역할이기 때문에 스스로 없애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추후 책임 소지에 대한 우려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복지부동하게 된다. 규제를 없애면 인센티브를 주고 나중에 발생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규제를 없애는 것이 시대 사명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한국 사람은 자유롭게 놔두면 스스로 잘한다고 한다. 방탄소년단(BTS)도 봉준호 감독도 자유로움에서 탄생했다. 규제를 없애면 경제 분야에서도 BTS와 봉준호 감독 같은 스타 기업인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명대사를 인용해서 묻는다. “규제를 없앨 계획이 있습니까?”
한현석 서울IR 대표이사 hshan@seouli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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