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진 비에스피(BSP) 대표는 레이저 장비 전문업체 엘티에스(현 엘아이에스) 창립자다. 2003년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후 8년 만에 회사를 코스닥에 입성시키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엘티에스 지분을 정리한 그는 이듬해 비에스피를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회사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기술에 대한 미련이 컸어요. 비에스피 창립 후 3년간 연 평균 50억원가량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데 투자했습니다.”
박 대표가 주목한 신시장은 '글라스 인터포저'다. 비에스피가 확보한 레이저 기술력과 급팽창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감안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터포저는 미세 공정된 칩과 인쇄회로기판(PCB)에 사이에서 상호 간 회로 폭을 줄이는 기능성 패키지 판이다. 마이크로 LED,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메모리 등에서 서로 다른 반도체 결합 늘면서 인토포저 수요도 급증세다.
인터포저 주재료인 실리콘은 고주파 환경에서 전기 손실이 크고 가격이 비싸다. 전력 소모가 적은데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리가 대체 소재로 꼽힌다. 그러나 깨지거나 금이 가기 쉬운 유리 특성 상 기판을 잇기 위한 '비아홀'을 고속으로 뚫는 것이 어렵다.
비에스피는 최근 독자 초박판 유리 가공 공법 'LMCE(Laser Modification Chemical Etching)'를 기반으로 유리관통전극(TGV) 형성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유리 두께에 따라 5~150㎛ TGV를 초 당 7000개 뚫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유리에 크랙(Crack)이 발생하지 않는 세계 수준 '글라스 인터포저' 가공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독일 LPKF를 비롯해 쇼트, 코닝 등 TGV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정면으로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글라스 인터포저 사업에 본격적 드라이브를 건다. 5G 이동통신용 반도체 등 인터포저 핵심 타깃 시장에 TGV 기술을 알리는 한편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힘을 쏟는다. 현재 한 글로벌 기업과 제품 공급을 조율 중이다. 마이크로 LED 기판, 초박형 강화유리(UTG) 등 유리 소재 가공기술이 요구되는 첨단 산업 분야로도 발을 넓힌다.
박 대표는 “글라스 인터포저 시장 성장에 따라 올해 200억원(작년 38억원) 매출을 기대한다”면서 “TGV 가공 기술을 지속 고도화하는 한편 이를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