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러스글로벌, 창립 20주년 맞아 100년 대계 구상…또 다른 글로벌 1위 도전

20년전 두 평 사무실에서 사업 시작…세계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 지위 1위 '우뚝'
5~10년 내 반도체 장비 소재 분야 진출 계획…제 2의 글로벌 1위 자리 도전 도전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15년전부터 구상… 내년 6월에 준공, 수출·집객 효과 기대

서플러스글로벌, 창립 20주년 맞아 100년 대계 구상…또 다른 글로벌 1위 도전

“20년 전 두 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한 서플러스글로벌이 이제 스무 살 청년이 됐습니다. 힘겨운 위기도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며 걸어온 길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1위 기업으로서 100년 대계를 위해 스무 살 청년의 열정으로 다시 20년을 준비할 것입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지난달 28일 창립 20주년 기념식 대신 사회적 기업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에서 경기도 취약 장애인을 위한 마스크 2만장 기부행사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20주년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만 끔벅끔벅하던 그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힘들었던 일이 많이 생각납니다. 힘든 일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하지만 100년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들이 머릿속에 더 많습니다. 글로벌 시장 1위란 자랑스러운 경험을 가졌지만 현재 작은 성취에 만족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토대가 단단한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사업은 회사 동료에게 넘겨주고 글로벌 시장에서 향후 5~10년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장비·소재 제조 영역에서 1위 자리를 당당히 차지할 수 있는 1~2개 신규 사업을 기획 중에 있다”면서 “기업의 100년 대계를 위해 제 2의 도전에 나선다”고 힘줘 말했다.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이 아닌 장비·소재 제조 분야에서 M&A 등을 통해 또 한 번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20년간 40여 개국 3000여 고객에 3만대가량의 다양한 반도체 중고 장비를 공급했다. 반도체 중고 장비를 고객에 적기에 공급, 예산 절감과 납기 단축 효과를 거뒀고 환경 보호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단순 중고 장비 유통이 아닌 고객 맞춤형으로 파워온데모·리퍼비스먼트를 제공하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얹어 공급한 덕분에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플러스글로벌 중고반도체 장비 물류센터 내부 전경
서플러스글로벌 중고반도체 장비 물류센터 내부 전경

-지난해 경영 성과와 올해 경영 전망을 얘기한다면.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반도체 시황이 급격한 악화되면서 실적이 저조했다. 지난해 매출이 무려 30%가량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가장 실적이 저조한 해였다.

하지만 중개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하는 매각대행사업(800만달러)을 포함하면 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거래점유율은 큰 폭으로 높아졌다. 매출은 줄었지만 현재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재고 보유 기간이 길다. 즉, 재고 건전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작년 수 십 억원 악성재고를 과감하게 처분해서 재고 건전성을 높였다. 약 1000억원 규모의 중고 장비 재고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주주를 위해 수익이 나지 않는 악성 재고들을 털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시장 환경이 불확실해 올해 실적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이 주요 고객인데 투자 일정을 연기하고 있어서다. 다행히 중국시장이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올해 사업계획은 작년 대비 매출 한 자리 수 이상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회사 부채가 400%를 넘어설 정도로 어려웠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넘기면서 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에서 오히려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현재 코로나 19로 비즈니스 환경이 당장 어렵긴 하지만 그 때 전화위복 경험을 되살려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서플러스글로벌의 물류창고센터 내부 전경
서플러스글로벌의 물류창고센터 내부 전경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 전략은.

▲1일 평균 해외 바이어 2개 팀이 본사를 방문했다. 현재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해외 출장도 못 간다. 발이 묶인 상황이다. 하지만 영상회의 또는 검수 대리인으로 장비 검수 등 비즈니스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고객 구매 문의는 생각보다 크게 줄지 않았다.

다행히 주요 시장인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20~30년 경력의 현지인을 중심으로 영업거점을 확보, 경쟁사 대비 이동 제한으로 인한 비즈니스 타격은 적은 편이다.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 지배적 입장에서 현재 위기는 곧 기회다.

최근 SNS와 검색엔진, 웹사이트 등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재고구매 전략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중개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시장점유율은 조금 더 확대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가 한 해 20조원에 달한다. 반면에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은 약 5000억 원에 불과해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시장 외형이 전체 투자 대비 적은 편이다. 반도체 중고 장비 사업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친환경 분야이다.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을 좀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단지를 구축 중이다. 현재 진척은 어떤지.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1단계로 현재 700여억원을 투자해 1만8000평 규모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짓고 있다. 아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2단계로 8000평 규모의 클러스터 단지를 세울 계획이다. 약 15년 전인 2005년부터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단지 설립을 구상했다.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건립 골자는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 활성화와 함께 우수한 국산 반도체 장비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장비 부품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해외 바이어 집객효과가 클 것이다. 연간 1000곳 해외 바이어들이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방문, 원스톱으로 다양한 장비를 직접 다뤄보고 구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계 장비 트레이닝 센터를 비롯해 30여곳의 국내외 반도체 장비가 입주한다. 총 500여명에 달하는 국내외 반도체 장비 부품 전문가들이 상주할 것이다. ASML, AMAT, LAM, KLA, 히타치 등 반도체 장비 기업과 서드파티 리퍼비셔들과 협력, 파워온데모·리퍼비스먼트·리컨피규레이션 등 중고 장비의 부가가치 서비스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클러스터는 고객이 다양한 제품과 장비 부품기업을 원스톱으로 만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각종 반도체 장비 부품, 재료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클린룸 환경을 갖췄기 때문에 장비, 부품, 소재기업에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서플러스글로벌의 전 세계 판매망을 활용,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을 더 강화할 것이다.

-향후 경영인 또는 개인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2030년 이전에 은퇴하고 싶다. 물론 후계 경영 구도를 위한 기반을 차곡차곡 다지고 있다. 차세대 경영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집단 지성 또는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 의사 결정을 위해 전 세계 고객 10만명의 DB를 구축했다.

직감으로 결정하는 게 아닌 정확한 데이터와 집단 지성에 토대를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큰 변수가 없다면 10년 후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기업 사회에서 서플러스글로벌이 경영권 승계를 잘 마무리한 대표 벤치마킹 사례로 남고 싶다.

끝으로 기업가 삶 이외 사회복지가 그리고 작가로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80살까지 꽉 차있다. (재)함께웃는 이사장으로서 자폐성장애·발달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30년간 해외 시장을 누비면서 상인으로서 터득한 통찰력을 담은 '(가제)무역이 바꾼 세계사' 책을 내년 출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싶다.

<서플러스글로벌 연혁>

서플러스글로벌, 창립 20주년 맞아 100년 대계 구상…또 다른 글로벌 1위 도전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