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9일부터 중3과 고3 학생을 시작으로 온라인 등교가 순서대로 이뤄진다. 말 그대로 학교에 학생이 가지 않고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와 교육 당국이 맞닥뜨린 또 다른 첫 사례 가운데 하나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 관계 기관이 온라인 개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원격수업의 핵심 도구인 'e학습터'에 교사가 올린 학습자료가 삭제되는 사고가 벌어지는가 하면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온라인 행사조차 네트워크 문제를 겪었다.
정부와 교육기관이 원격수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용량을 증설하고 있지만 학내망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교사가 학교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거나 대용량 자료를 업로드할 때 학내망이 버텨줄지 걱정이다.
교육 콘텐츠도 문제다. 일선 학교의 기존 학습자료는 교실 수업에 맞춰진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는 또 다른 자료와 지도법이 필요하다. 현장 교사가 짧은 시간에 준비해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민·관 협력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하기에는 넘어야 할 파고가 만만치 않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에듀테크 분야에서도 우수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많다.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 동시접속자 급증에 따른 네트워크 불안 문제도 민간 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대응법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이라는 편견 속에 멀리한 민간 에듀테크 기업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중장기 계획 없이 일선 학교에 '누더기' 식으로 방치해 온 학내망 개선을 위해 ICT 기업과 함께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처방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유효하다. 민·관 협력으로 온라인 개학을 차질 없이 실시하고, 나아가 우리 교육 현장의 혁신 기회로 삼아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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