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대 30.9%에 이르는 인터넷 망 상호접속요율 인하는 중소통신사 부담과 경쟁 활성화 효과를 노렸다. 동시에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IX)를 없애야 한다는 일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 반발을 고려, 시장 규모를 줄이는 타협안으로 데이터 트래픽 용량에 따른 정산이라는 제도 틀을 유지하고자 했다.
IX 제도는 통신사가 코로나19와 같은 데이터 일시적 폭증 상황에서 접속료를 바탕으로 투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존재가치가 입증됐다는 평가다. 제도 시행 효과와 통신시장 경쟁상황 변화를 면밀하게 분석, 개선하는 일은 과제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 요율 인하 배경은
인터넷 망 상호접속요율 인하로 과기정통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IX 제도 개선에 방점이 찍어졌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료는 '데이터트래픽 X 접속통신요율'로 결정된다.
CP 진영은 데이터 트래픽 용량이 정산체계에 반영된 IX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했다. 접속료는 기본적으로 통신사 간 정산 체계이지만 트래픽 기반 정산체제가 도입될 경우 CP의 인터넷 회선료 등 망 이용대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존에는 Gbps, Tbps 등 회선 용량에 따라 정산해 데이터트래픽 증감이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에 통신사는 상호 접속시장에서 상품에 해당하는 데이터 트래픽 가치를 인정해 투자비용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트래픽 기반 접속료 정산체계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와 CP진영 주장을 일정부분 반영, 상호접속시장 규모 자체를 줄이면서도 트래픽 기반 정산이라는 제도 틀을 유지하는 타협점을 찾으려했다.
그 결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계위 사업자(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간 상호접속료 무정산구간을 1 대 1.8까지 확대해 데이터 트래픽 총량을 줄였다. 이어 상호접속요율 자체에 대해서도 최대 30.9%까지 인하하는 방식으로 전체 IX 시장 규모를 축소하게 됐다.
◇중소통신사 부담 경감 효과
과기정통부는 IX제도를 시행한 2016년부터 2년마다 접속통신요율 상한을 7.3~16.4% 인하하며 통신사 부담을 줄여 왔다. 이번에는 중소통신사가 주로 이용하는 중계 구간 접속요율을 최대 30.9%까지 줄이고 중계·직접접속요율 간 인하 폭에도 처음으로 차등을 도입했다.
중소통신사 접속료 부담 경감에 초점이 맞춰진 조치로 해석된다.
IX 제도는 계위별·호 유형별 정산이 원칙이다. 하위계위 사업자인 세종텔레콤이 상위계위인 KT망을 중계해 LG유플러스 가입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세종텔레콤은 수직관계인 KT에 차등계위 중계접속료를 지불해 LG유플러스 가입자까지 데이터를 보낸다. 이 때 KT는 세종텔레콤으로부터 전송받은 데이터를 수평관계인 LG유플러스에 전송하면서, 타사 설비를 이용하는 대가로 LG유플러스에 동일계위 중계접속료를 지불하는 정산 구조다.
반면에 직접 접속료는 계위가 높거나 동일한 상대통신사 망 가입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중계접속료가 직접접속료에 비해 다양한 망 구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비원가를 반영해 요율이 높다. 2019년 차등계위 직접접속료는 1TB당 1만3061원이었지만 차등계위 중계접속료는 TB당 3만3671원으로 직접접속료에 비해 2.7배가량 높았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중계접속요율을 30.9% 인하하고 직접접속료를 13.8% 인하한 결과, 2020년 차등계위 기준 중계접속료는 TB당 2만3283원, 차등계위 직접접속 요율은 TB당 1만1263원으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2021년 요율 격차는 차등계위 중계접속요율이 1만6099원, 차등계위 직접접속요율이 9713원으로 폭이 2배 이내로 줄어든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LG헬로비전 등 하위계위 사업자 경제 부담이 수십억원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접속요율 상한은 일종의 표준계약서로, 하위계위 사업자는 상위계위 통신사와 보다 좋은 조건으로 개별 계약할 수도 있다.
◇경쟁활성화 위해 IX 제도 유지해야
중소통신사 단순 부담 경감을 넘어 경쟁 활성화 효과로 이끌어내는 일은 과제다. 중소통신사는 상호접속료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서 비용 절감으로 인한 CP에 대한 회선 사용료 인하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대형 통신사보다 저렴한 망 이용대가를 앞세워 CP 유치 영업에 나설 경우 활발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역시 중소통신사에 보다 적극적인 IX 시장 대응을 주문했다.
중소통신사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거대 통신사가 중소통신사 부담 경감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어렵지만 경쟁활성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IX 제도는 시장규모 축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 폭증 상황에서도 존재가치를 입증하게 됐다는 평가다.
중계접속료를 지불하는 입장인 중소통신사는 접속요율 인하로 인해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도 비용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대형통신사 입장에서는 IX 제도로 인해 증가하는 데이터트래픽에 기반해 접속료 수익을 확보,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접속요율 인하를 포함한 2020~2021년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 개선은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다. 정당한 데이터 트래픽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객관적 데이터를 축적, 건전한 인터넷망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발전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교환비율 등을 공개하고 망 이용대가 추이를 수집·공개하는 방안을 통신사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과기정통부 IX 제도 개선 효과
중계 접속요율 30%까지 줄여
세종텔레콤-LG헬로비전 등 수혜
중소통신사 부담 줄고 경쟁활성화 기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200407000407상호접속료 상한 변화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