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온라인개학, 미래교육 'ON'…우여곡절 끝 첫 걸음

막 올린 중3·고3 온라인 개학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9일 서울 서서울 생활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이원재 학생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을 듣고 있다. 늦은 개학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는 11월 19일에서 2주 연기된 12월 3일에 치러진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막 올린 중3·고3 온라인 개학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9일 서울 서서울 생활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이원재 학생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을 듣고 있다. 늦은 개학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는 11월 19일에서 2주 연기된 12월 3일에 치러진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4차례 개학 연기 끝에 40일 만에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이 학교를 살렸다.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다.

우리나라는 ICT 강국임에도 교육현장에서 활용도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ICT가 전면에 부상하며 전국 중3, 고3 학생의 온라인 등교를 이끌었다.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급박하게 도입됐으나 원격수업으로 감염병 파고를 넘고, 교육 중단 상황을 막았다.

온라인 개학은 동시접속으로 인한 인터넷 불안정과 교육격차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첫 발을 뗐다. 교사들이 양방향 수업을 꺼리는 통에 대부분 EBS 인터넷 강의로 진행돼 반쪽짜리 원격수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 교육은 자기주도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원거리 등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미래교육 수단으로 꼽힌다. 아직은 원격수업을 코로나19로 인해 하지 못하는 등교수업의 '대체용'으로만 생각하니 미래교육과는 동떨어진 단방향 인터넷강의가 주류를 이뤘다.

그럼에도 온라인 개학이 모든 교사와 학생의 ICT 활용 수준을 대폭 끌어 올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온라인 개학이 미래교육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슈분석]온라인개학, 미래교육 'ON'…우여곡절 끝 첫 걸음

◇수업은 '온' 커뮤니케이션은 '오프'…반쪽수업 아쉬움

광주 소재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9일 설레는 마음에 첫 온라인 등교했지만 하루 종일 EBS 강의만 들었다. 1교시 창의적체험활동, 2교시 심화수학 등 7교시까지 꽉 짜여진 시간표가 주어졌다. 오전 8시 30분부터 수업을 들으라는 안내만 있을 뿐 쉬는 시간이 언제인지, 점심시간이 언제인지는 공지가 없었다. EBS 온라인클래스에 접속해 학교가 올려놓은 동영상을 들었지만 기존 EBS사이트 인터넷강의를 듣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토론은커녕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오산 소재 중학교 3학년 B군은 개학을 해도 여전히 질문을 할 수 없어 답답했다. 그나마 9일부터는 과목 담당 교사가 학생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을 설명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해서 찾아보니 궁금증이 다소 해소됐다. 유튜브는 속도도 빠른데다 댓글도 달 수 있어 나았다.

학내망 문제에 보안 우려까지 실시간 양방향 수업 여건이 되지 않은 탓에 대부분 학교가 EBS를 택했다. 코로나19를 넘어 수업은 진행됐지만 단방향이었다. 학생들과 소통은 학교 담장을 넘지 못했다. 양방향 수업을 해도 학생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발표나 조별 토론이 아닌 이상에야 마이크를 꺼놓으니 질문하고 반응하는 것도 불편했다.

중3 학생의 학부모 C씨는 “국제학교 같은 곳에서는 인원수가 적어서 양방향 수업이 이뤄진다는데 일반학교는 최소한 선생님이 깜짝 질문을 올리는 식으로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며 “수업의 질은 둘째치고 학생이 집중해서 듣는지 체크하는 시스템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은혜부총리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원격수업 지원 상황실을 방문한 모습.사진=교육부
유은혜부총리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원격수업 지원 상황실을 방문한 모습.사진=교육부

◇16일 추가 개학…대란 막으려면

9일 이른 아침부터 10시경까지 EBS온라인클래스 로그인이 지연됐다. 미리 접속한 학생은 문제가 없었지만 1교시 시간 맞춰 로그인한 학생은 더러 애를 먹었다. EBS 시스템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탓이었다.

16일 온라인 개학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유다. 통신사들은 만의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 용량을 증설하고 유·무선 트래픽 변동에 대응한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했다. KT,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은 온라인 개학 관련 트래픽 변동을 실시간 확인했다. 수업 시간 동안 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망 작업 통제도 강화했다.

교육부가 접속을 분산하기 위해 교사 수업 시간을 조절하도록 안내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중앙에서 배분해주지 않는다면 교사가 이를 감안해 조절하기 힘들다.

양방향 수업을 위해서는 학내망 등 학내 인프라 점검이 필요하다. 영상회의 시스템 이용자가 동시에 몰려 접속이 힘들 경우 아예 수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학생 학습 태도 역시 원격수업의 장애물로 지목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놀면서 원격수업 이수 완료하기' 방법이 벌써부터 공유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출석이 인정되는 경우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여러 강의를 한번에 듣는 식이다. 수업 동영상을 틀어놓고 유튜브나 게임사이트에 접속해 놀고 있어도 확인할 방법도, 제재할 방법도 없다.

◇온라인 개학, '대체' 아닌 '도약'으로

이 같은 문제에도 개학으로 학생들이 다시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낀 것은 좋은 점이라고 학생과 학부모는 입을 모았다. 밤늦게 자고 점심 때가 다 되서야 일어났지만 조례와 출석체크를 위해 8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생활규칙이라도 잡아주니 온라인이라도 개학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EBS만 틀어주는 형태의 온라인 개학에는 불만이 많다. 교실 수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형태도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를 갖는다. 아예 EBS 강의만 온라인클래스에 옮겨주는 식은 원격수업 인식만 나쁘게 한다. 미래 교육 도약은커녕 기술과 사회 발전을 역행하게 만들 수 있다. 대체물로서 온라인 개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원격수업을 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량과 의지다. 한 고등학교는 지식 전달과 토론, 피드백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2시간 블록형으로 시간표를 짰다. 탐구과제를 설정하고 진행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영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하고, 교사가 제시한 EBS 영상을 보고 긁을 읽은 후 개별 학습 과제를 수행한다. SNS로 학습 결과물을 공유한 후 모둠을 나눠 토론까지 하는 식이다. 콘텐츠 수업과 양방향 수업, 과제물을 적절히 섞었다. 학생의 문제해결능력과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미래교육은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6일에는 입시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저학년이 추가로 개학한다. 이러한 시도와 준비를 해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원격수업 해결 과제>

[이슈분석]온라인개학, 미래교육 'ON'…우여곡절 끝 첫 걸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