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4월 15일은 당락을 가르는 심판의 날이다. 앞으로 4년 국정과 입법을 책임질 주인공을 뽑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300명 국회의원이 새로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한다. 국회 예산처는 21대 국회의원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37억7100만원으로 추산했다. 300명이면 얼추 계산해도 1조원이 넘는 세금이 필요하다. 한해 50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안에 비춰보면 '껌값'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역할을 감안하면 금배지 가치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뽑아야 한다. 색깔과 이념, 정치 견해와 입장, 학력과 경력 등은 오히려 곁가지 같은 기준이다. 지역주의, 진영논리와 같은 케케묵은 잣대도 잠시 접어두자. 가장 큰 국회의원 덕목은 역시 '문제 해결 능력'이다. 여러 국정 현안과 과제를 풀 수 있는 해법과 추진력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에서 '어떤 일을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무능'이라고 정의한다. 무능과 무식은 다르다. 무식은 세련되지 않아 우악하게 보이지만 배우면 된다. 무능은 방법이 없다. 4년 동안 37억7100만원이라는 세금만 축낼 뿐이다. '무능한' 국회의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사욕'이다. 개인 욕심이 없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데 사심이 개입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에서도 배임이나 횡령과 같은 범죄로 이어지는데 자칫 국가를 망조에 들게 할 수 있다. 국회는 산으로 가고 대의 민주주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국정은 팽개치고 잇속만 챙기는데 4년을 보낼 것이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특권과 같은 잿밥에만 핏대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 미래나 비전은 딴 나라 이야기다.
둘째는 '태만' 즉 게으름이다. 부지런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똑게'가 최고라고 말한다. 무조건 부지런하기보다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상사가 낫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선출직이다. 지역을 대표한다. 비례의원도 마찬가지다. 직능을 대표해서 금배지를 달았다. 지역이든, 집단이든 제대로 목소리를 내려면 현장을 알아야 한다. 발로 뛰어야 빠르고 정확하게 현장을 알 수 있다. 꼭두새벽에 동네 관광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고, 하루에 수십 군데 상갓집을 도는 일이 한심하게 보인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이다. 전문지식이 없으면 주변에 전문가라도 찾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가장 큰 국회 역할은 입법이다. 법은 이해관계자의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하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아집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아니면 막말과 같은 자극적이거나 비생산적인 말장난에 빠지기 십상이다. 원칙을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충분조건이다. 법의 의미와 파장 등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항상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이다.
우스갯소리로 국회의원이 되면 세 번 놀란다고 한다. 금배지에 놀라고 국회에 가니 본인과 같은 부류가 많아서 놀라고 그럼에도 다시 당선돼 놀란다고 한다. 무능하지만 시류를 잘 만나 쉽게 국회의원이 되고 그렇게 입성한 국회의원이 의외로 많으며 국회에서 멱살 잡고 목소리 좀 높였는데 다음에 다시 뽑아주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정치가 삼류인 이유는 안타깝지만 개그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변하지 않으면 결코 국회의원은 바뀌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그대론데 국회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내일모레다. 정말 제대로 뽑아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37억7100만원이라는 세금이라도 아깝지 않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