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은행의 기업자금 공급 제약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거액 익스포져 한도 규제' 시행 시기를 2021년 이후로 연기한다. 기업 대출채권에 대한 순자본비율(NCR)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금융기관 자산부채구조에 내재된 유동성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금융기관에 도입한 유동성비율(LCR)도 하향 조정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마련·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금융사가 실물경제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게 골자다. 일반 기업과 소상공인, 일반 대출에 이르기까지 실물경제 자금이 선순환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거액 익스포져 한도 규제 시행시기가 내년 후로 연기됐다. 바젤위원회는 거액 여신에 따른 편중위험 완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거액 익스포져 한도규제' 시행을 권고했다.
바젤 기준에 따라 거래상대방에 대한 위험노출액을 기본 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토록 하는 것이다. 앞서 한국도 기본 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으로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규제화 시기를 조율해 왔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한도에 근접한 기업 여신 축소 어려움 등을 호소하자 시행시기를 연기했다.
기업 대출 채권 NCR 규제도 완화한다. 현행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기업대출금은 0~32%, 일반 증권사 대출채권은 100%의 위험 값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기업 직접 대출이 가능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증권사 자금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를 한시 완화한다.
9월 말까지 신규 기업 대출채권에 대해 만기(최대 2년)까지 위험 값 산정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위험 값을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주회사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규제도 풀어준다. 현행법으로는 지주회사 내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로 제한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지주사 내 자회사 간 신용공여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음 달 금융위 의결을 통해 자금이 부족한 자회사에 다른 자회사 신용공여 한도를 한시 확대하는 쪽으로 감독규정을 개정한다.
은행이 보유 중인 고유동성 자산을 위기대응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9월 말까지 하향 조정된다. 외화 LCR는 현행 80%에서 70%, 통합 LCR는 100%에서 85%로 인하한다.
LCR는 긴급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자금 인출 등이 발생하더라도 30일 동안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비율을 뜻한다.
소상공인(개인대출) 지원 강화를 위해 은행 예대율은 한시적으로 적용 유예하고,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를 조정한다.
실물경제 지원과정에서 대출규모가 늘어날 경우 예대율 준수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올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하향조정한다. 다만 신규 주택임대업과 매매업 대출 가중치는 가계대출과 동일 수준(115%)로 유지한다.
면책 범위도 넓게 적용한다. 전 금융사 대상으로 재난 상황 시 업무처리에 대한 임직원 면책을 강화한다. 금융당국 제제 우려 없이 적극적으로 피해기업 지원에 나서라는 요구다. 카드사 레버리지는 한도가 6배에서 8배로 확대된다.
정책금융기관 대상으로는 코로나 위기 대응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기존 예산 대비 자금을 시장에 초과 공급하더라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 올해 경영평가 시 수익성 지표를 제외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본적정성, 유동성 규제를 한시 완화하고 금융공공기관 평가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표]정부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 내용(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