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방사광가속기 '4색' 유치전 가열

생산유발 효과 6조7000억원 달해
춘천-오창-포항-나주 유치 총력전
춘천 혁신도시 조성...오창 산단과 시너지
포항 클러스터 구축...나주 균형발전에 최적

[이슈분석] 방사광가속기 '4색' 유치전 가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3세대 방사광가속기 산업체 지원 성과빔라인별 기업 빔타임 요구 수용률세계 주요국 대형가속기 구축(중)·운영 현황

1조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 '4세대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을 앞두고 강원(춘천), 충북(오창), 경북(포항), 전남(나주)이 양보없는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산업·기초과학 육성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각 지자체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유치 당위성 전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권 접근성, 지역균형발전 등 각양각색 논리로 유치 명분을 쌓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4색 유치전

방사광가속기 신규 구축 사업은 국비 8000억원, 지방비 2000억원을 합해 총 1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고용 13만7000여명, 생산 6조7000억원, 부가가치 2조4000억원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치전에 뛰어든 4개 지자체는 방사광가속기를 지역 경쟁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부지 선정 평가 항목에 부합한 강·약점을 부각 혹은 상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지 주요 평가항목·기준으로 기본요건(25점), 입지조건(50점), 지자체 지원(25점)을 선정했다. 기본요건은 제공부지면적, 부지정지, 진입로 및 부대시설 등이 세부 항목으로 포함됐다.

입지조건은 부지 만족성(지질·지반구조 안정성, 자연재해 안정성), 지리여건(시설 접근성, 배후도시 정부 여건), 발전 가능성(활용 가능성, 미래 자원 확장 가능성)을 집중 평가한다. 지자체 지원은 지자체 재원조달 가능성, 참여 협력 기관 역량 등을 점검한다.

강원과 충북은 수도권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가장 배점이 높은 입지조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강원(춘천)은 △주요 사용자 접근 편의성 △안전한 연구 환경 △신기술 산업 협력 네트워크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해 기본 제공면적 26만㎡외에 추가로 24.5만㎡를 마련, 기본 부지조건의 두 배에 이르는 50.5만㎡ 규모 '춘천 가속기 혁신 도시(Chuncheon Accel Polis)'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가 R&D 과제 기준, 국내 방사광가속기 이용자의 51.9%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을 앞세워 서울 기준 40분 거리의 접근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다.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위치한 포항과 이원 운영할 경우 수요 분산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반 환경 측면에선 후보지가 주요 활성단층에 포함되지 않았고 20년간 3.0 이상 지진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성 또한 자신하고 있다. 홍천 메디컬연구단지, 원주 의료기기산업과 강원대 캠퍼스혁신파크와 연계, 활용도 또한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충북 또한 방사광가속기 구축 취지인 산업·연구 지원 기능을 감안할 때 최적의 입지라는 주장이다. 후보지인 오창이 전국 어디서나 2시간 내 접근할 있어 1일 분석권을 제공할 수 있고 청주국제공항때문에 해외석학 유치도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방사광가속기 주 수요처인 바이오, 반도체, 화학기업이 1000여개가량 밀집돼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앞서 있고, 정부 국정 어젠다인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정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스터플랜과의 연계에 있어서도 최적이라고 자신했다.

세계 3대 바이오클러스터인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가 인접해 오송생명과학단지, 바이오헬스 벨트를 형성하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이 환경평가, 지질조사, 문화재조사 등을 마치고 화강암반이 넓게 분포돼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단지로 고시된 지역을 입지후보지로 선정하면 건설기간을 2년가량 앞당길 수 있어 방사광가속기 조기 가동이 가능하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았다.

방사광가속기연구센터를 기반으로 평택~이천~천안~오창〃오송~대전을 아우르는 신 산업 혁신벨트 구축 계획을 마련, 미래 확장성 평가에도 대비했다.

경북, 전남은 각각 기존 방사광가속기와의 연계,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유치 당위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경북은 기존 방사광가속기와의 연계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3·4세대를 기초연구형, 신규 4세대 가속기를 실증형으로 활용하는 가속기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포스텍, 한동대, 동국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나노융합기술원의 가속기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활용·연계할 수 있어 효율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는 논리다. 가속기 신규 구축 비용 또한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치 이후 가속기 기반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차세대 배터리파크를 조성, 포항을 첨단 산업 거점 도시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해 클러스터를 구성할 수 있고 신규 사업 예산 또한 100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며 “효율성 측면에선 포항이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나주)은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 연계로 산·학·연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연구 시설 분산 차원에서 유치 당위성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전공대를 에너지 특화 강소대학으로 육성하고 방사광가속기, 산학연 클러스터 결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기술 사업화 도모하고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 전북대 등 호남권 대학과 연계해 호남권의 첨단 연구 역량, 전문성을 일거에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연구시설의 집중화를 막기 위해 국토 전역에 안정적 배분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설파하고 있다. 현재 첨단연구 인프라가 수도권·충청권에 집중돼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 이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가 R&D 예산의 지역 배분결과 전국 17개 시도 지역 가운데 전남지역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초대형연구시설은 충청 4기, 영남 3기, 수도권 2기가 운영되고 있지만 호남엔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8년 시행한 '방사광가속기 후보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0%가 균형발전·안전성 측면에서 전라도를 최적 입지로 선택했다.

이를 감안할 때 전남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 소재·부품·장비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핵심산업 도약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남 관계자는 “대형 가속기는 충청권, 영남권에 이미 운영 중이거나 구축하고 있다”면서 “국토 균형 발전 관점에서도 나주 유치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접근성 VS 균형발전

현재 각 후보지가 내세운 유치 당위성 주장의 핵심은 '접근성' '기존 시설과의 연계' '지역균형발전' 등으로 요약된다.

강원, 충북이 수도권과 수요 기업·연구시설의 접근 용이성과 주력 산업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

경북은 기존 3·4세대 가속기와 연계 운영을 통한 운영 효율성 제고, 전남이 대형연구시설의 분산 배치를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입지조건 배점이 가장 높아 충북 등이 다소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지역균형발전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균형발전에의 기여 가능성'은 평가 기준으로 세부 항목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상당한 무게를 갖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남이 최근 입지선정 기준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남 입지 조건 6개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 현 자원 활용 가능성, 배후도시 정주 여건 등 3개 항목은 수도권 인접 지역이 아니면 사실상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과기정통부에 기준 수정을 요청한 바 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지자체 간 경쟁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정쟁으로 비화될 만큼 이슈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정 항목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종합적 관점에서 실질적 최적 유치 지역이 어딘지 과기정통부가 결정해야 하다”고 주문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