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공을 포함한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늘길이 닫히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항공 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신중해야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에 산업별 세부 지원 방안을 확정, 실행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항공사는 항공권 이벤트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일시 확보하며 버티고 있다. 상장사는 유상증자도 추진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시행하거나 자발적 무급휴직 신청까지 받고 있다. 지상조업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미 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무급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자는 정리해고다. 일감이 줄었는데 항공사와 달리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회사는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악재다. 그동안 항공 산업은 성장을 지속해 왔다. 항공여객은 2015년 8941만명에서 2019년 1억2337만명으로 4년 만에 37.9%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고려해 지난해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을 추가 선정했다.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서다.
그러나 돌발 상황 때문에 예측은 빗나갔다. 가장 먼저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경영 위기에 놓였다. 국내로 유입되는 인바운드 여객 수요를 겨냥했지만 국제선이 멈춰 섰다. 양양공항 국내선 항공 수요마저 적은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선 탑승률은 33.5%다. 항공업계는 항공사 파산으로 인한 지상조업사, 하청업체의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약 25만명에 이르는 직간접 항공 산업 종사자들이 실직 위험에 노출됐다. 지상조업사가 파산할 경우 항공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내선 여객은 5월 황금연휴 기간에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체 여객 가운데 73.3%인 9039만명이 국제선 이용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 업체의 경영 회복을 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장기전이다. 정부 지원으로 항공 산업이 숨통을 트겠지만 정상화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여객 수요 회복은 더딜 공산이 크다. 각국 정부도 항공 산업에 대한 무제한 지원 원칙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야 한다. 물론 사업자의 자구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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