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발행하는 모바일 전통 상품권이 '불법 깡' 수단으로 변질되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되팔이 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결제 플랫폼 제로페이를 통해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대거 사들여 중고 사이트에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관리 시스템이 전무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상권 회복을 위해 제로페이에서 약 2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판매 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 상품 거래 사이트에는 강남, 영등포, 금천구 등 서울시가 발행하는 모바일 상품권 다수가 거래되고 있고 일부 지방 상품권도 할인가에 판매한다는 거래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2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사들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의 5~10%를 인하해 판매한다는 글이 대다수다. 실제 거래도 다수 일어나고 있다. 지류가 아닌 모바일 상품권이라 선물하기 기능을 악용,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재 개인이 제로페이를 통해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한도는 100만원이다. 하지만 선물하기 기능을 활용하면 무제한이다. 예를 들면 한 셀러가 다른 사람 명의 계정을 통해 100명분 상품권을 사서, 이를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또다른 명의자에게 1억원어치 상품권을 보낸다. 이를 중고 사이트에서 되팔이한다.
물론 사례가 드물긴 하지만 개인 판매 외에 집단으로 이뤄지는 상품권 깡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글을 올린 한 셀러는 “선물하기 기능을 통하면 20% 할인된 상품권을 수십억원어치를 사도 아무 제한이 없다”며 “(본인이) 선물하기를 통해 동업자에게 보내면 이를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차익 실현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개인판매자는 서울시가 '재난 긴급생활비'로 지급한 서울사랑상품권도 버젓이 판매 중이다.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상품권 깡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기반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어 되팔기 악용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실제 판매에게 구매의사를 밝히면서 접근을 시도했다.
판매자는 “타인 계정도 중고 사이트에서 몇천원이면 쉽게 구할 수 있고, 한명이 수천만원어치 상품권을 사들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물하기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지면 상품권 깡 흔적을 전혀 알 수 없고, 되팔이가 불법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제로페이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지만, 중장년층이나 이 같은 할인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불법 셀러를 통해 전통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는 착각에 빠트린다. 서울시 등은 적발 시 몰수 등 강격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부실 관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담배, 술 등 유해 상품을 전통 상품권으로 구매하는데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청소년들이 상품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로페이 운영기관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근주 간편결제진흥원장은 “모바일 기반 상품권은 디지털 기술로 추적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권 깡을 추적할 수 있는 플랫폼 관리 개발 등을 현재 논의 중”이라며 “선물하기 기능이 악용되고 있는 사례도 적발 된 만큼 선물하기 기능에도 보낼 수 있는 금액 제한을 두는 등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상품권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지문인증 기술 등을 활용해 소유자 증명이 가능해야 사용할 수 있도록 '생체인증 접목'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한 보안 전문가는 “지자체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역 상품권으로 주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품권 깡 등을 막기 위해서는 삼성페이, LG페이 처럼 생체인증을 거치는 관리 플랫폼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20% 할인가에 사 5∼10% 인하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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