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의 코로나 겪어보고서]<1>사회적 거리두기 vs 사회적 연결

[김홍선의 코로나 겪어보고서]<1>사회적 거리두기 vs 사회적 연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일로다. 한국은 과거 메르스(MERS)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고, 사스(SARS) 무서움을 익히 들었던 터였다. 그런 학습효과 덕택에 준비된 방역체계와 의료인력의 희생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력은 유난히 강하다. 2주간의 잠복기간에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급속하게 전염된다.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픈 것과 같은 증상이 전혀 없으면 본인도 알기 어려운데, 겉으로 보기에 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이 몰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일부러 떨어져서 지내는 반사회적 실험이 진행된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하고 식당에서 어울려 먹지 못하고, 얼굴의 반을 마스크로 가리고 지내야 하는 스트레스의 나날이다. 다행히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체하는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ng) 도구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SNS다.

사실 IT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인간의 사회생활, 교육, 업무, 행정, 상거래 등을 도와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IT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격상, 사이버공간을 중심으로 사회생활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자가격리?, 집에서 VPN을 연결해 근무하면 된다. 회의?, 비디오 콘퍼런스로 하면 된다. 대학강의?,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2000년 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예배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류 역사는 홀로 살기보다 함께 사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도시화, 산업화, 세계화는 모여서 일하고 자원을 집중하고, 교역을 확대하고, 조직을 강대하게 키워온 문명사의 키워드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먹고 살기 위해 떠돌거나 멀리 수도원으로 은둔하던 중세시대도 있었지만,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으로 도약과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보화로 연결된 번영의 21세기를 살고 있다. 오늘날처럼 사람과 상품과 정보가 국가 경계를 넘어 활발하게 오가는 시절이 있었던가.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180도 방향을 돌리려 하고 있다. 일부러 떨어져 앉아야 하고 제대로 인사도 나눌 수 없고, 국가는 출입국의 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 다행히 지난 반세기 동안 빠른 속도로 달려온 디지털혁명은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소통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는 일회성 위기극복용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IT의 가치는 재발견됐다. 과학기술의 축적된 역량은 100년 전 역병을 맞았던 시대와 다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컴퓨팅 파워와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체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촉매가 되고 있다.

역학조사, 동선파악, 정보공유, 마스크 배급은 IT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감염자와 사망자 통계는 실시간으로 공표되고 있다. 인류는 온갖 역병과 재앙을 과학기술과 지혜로 극복해온 자랑스런 역사를 IT에 힘입어 이어갈 것이다.

기업은 사업모델과 조직운영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어느 기업이든 규모가 커지고 사업모델이 복잡해질수록 IT 비중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노트북 컴퓨터만 가지고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디지털기업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하는 방식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디지털환경을 토대로 전개될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디지털기기로 연결된 상황에서 통제와 프라이버시의 기준도 IT에 입각해서 정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사회적 연결을 항시 보장하는 IT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김홍선 SC제일은행 부행장, Philip.HS.Kim@sc.com

◆김홍선 SC제일은행 부행장

2014년 7월 SC제일은행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로 임명됐다. 은행의 총괄 정보보안 정책 및 실행을 맡고 있다. 정보보안 분야에서만 23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이다.

정보보안기업 안랩(AhnLab)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통령 상, 올해의 CISO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자문위원으로도 활약했다. 현재 해군발전자문위원, 금융보안원 이사, 한국CIO포럼 운영위원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가질 것인가(2013), 어떻게 미래를 지킬 것인가(2015)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