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터넷 기업에 책임 전가해선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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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방지법은 인터넷 기업에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여한다. 인터넷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업계는 이번 이슈가 인터넷 연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 기업에 무리한 의무를 부여하는 관례의 하나로 봤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법 이슈 이전에도 인터넷 기업에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매크로 금지법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 폐지를 들 수 있다.

매크로 금지법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사에 매크로 기반 서비스 조작을 방지하도록 관리 의무를 부여했다. 매크로를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부당한 목적' 등 애매모호한 문구와 기술적 판단 어려움, 기존 법과 중복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대 국회에서 폐기될 전망이다.

전문가는 “매크로를 나쁘게만 보는 것은 문제이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매크로 금지법은 결국 정치권이 자신들의 싸움 책임을 인터넷 기업에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급검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실급검이 자기 당에 불리할 경우에만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치권 압박에 카카오는 실급검을 폐지했고 네이버는 총선 기간 동안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인터넷 기업에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이용자 불편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자에 통신장애 고지 의무를 부과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설비 장애가 아닌 자체적인 설비의 장애·오류로 인해 역무제공이 4시간 이상 중단된 경우 이용자에게 관련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통신장애 발생 시 명백히 기간통신사업자의 설비 문제로 발생한 장애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 고지 의무를 져야 한다. 인터넷 업계가 방통위에 계속 수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은 설비 어디에서 장애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누구의 잘못인지 모호한 경우에도 이용자에 고지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면서 “더이상 인터넷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