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초거대 여당의 등장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20대 국회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면 21대 국회는 국정에 속도를 더할 지지기반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80석이라는 수치는 과반을 넘어 개헌 이외에 모든 것을 여당만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숫자다. 당장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열흘이나 방치하고 뒤늦게 심사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3차 추경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국정 후반기 성공을 외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지자체, 국회가 원팀으로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하는 국회를 강조한다. 상임위원회 상시화와 출석률 등에 따른 세비 차등화 등 시스템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 정쟁으로 인해 국회가 공회전 하는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당정청은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서두를 전망이다. 경제회복과 고용안정을 골자로 한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이 펼쳐질 예정이다. 문 정부의 새로운 국정과제가 설계되는 셈이다.
경찰개혁법과 국정원법도 21대 국회에서 처리 수순을 밟는다. 권력기관 개혁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리를 둘러싼 여야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여기에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기능 폐지를 공언한 상황이다. 다수의 상임위 통과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되는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도 정부와 여당이 21대 국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 후 야당 반대로 하지 못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21대 국회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제와 평화 두 축을 중심으로 21대 국회에서 문 정부를 지지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과 남북관계 개선,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으로 성공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더해 평화 프로세스 성공도 챙긴다는 목표다.
관건은 속도 조절이다. 여당 혼자 힘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일방통행의 모습이 연출되면 바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 이후 계속해서 '겸손'을 강조하는 이유다. 수적 우위만 믿고 협의를 소홀히 하면 야당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법안 및 예산안 처리 등에서 또 다시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이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동물국회' '광장정치'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도 개헌 같은 굵직한 이슈는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과반을 확보했지만 4대 개혁입법 강행으로 정쟁과 계파 갈등으로 좌초한 옛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 삼아야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열린우리당, 새누리당도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입법 처리를 할 수는 없었다”며 “이번 민주당은 패스트트랙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세력을 가졌지만 그만큼 다른 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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