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는 속담이다. 정부와 국회가 코로나19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한편으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망양보뢰'는 양을 잃고 나서 양 우리를 고친다는 속담이다. 출전인 전국책에서는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고 적었다. 과오를 깨달았으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실패 후 다음을 대비하고, 실패 원인을 보완해 더 이상 실패를 막자는 의미가 더 크다.
감염 질환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도록 한 법안은 코로나19가 출현하기 한참 전인 2015년 6월에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첫 확진 환자가 나온 뒤 18일 만에 병원명이 공개됐다. 결과부터 말하면 감염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입법 대책이었다.
메르스 사태만 보면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그러나 당시 입법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곧바로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과거의 실패 원인을 찾아 보완한 망양보뢰격이다. 관점을 달리해서 코로나19를 극복 대상으로 보고 더 나아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 규제나 관행 때문에 변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던 분야의 기술 혁신이 가능토록 철저히 대비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최근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디지털 기반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산업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디지털 기반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 전환과 맞물렸다. 우리 현실은 아직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은 요란한 구호에 비해 생산성 향상 등 실질 성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디지털 전환은 사회 전반에 걸쳐 기존 아날로그 구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 구조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업은 디지털과 제반 환경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다. 산업 내에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는 전략을 말하기도 한다. 전통 사회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 내려면 사회 구조의 아날로그 요소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전산화 단계와 기업과 산업에 ICT를 적용하는 디지털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산화 단계 전환은 이미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는 제도와 높은 수준의 ICT를 갖추고 있음에도 디지털화 단계 전환은 아직 더딘 편이다.
현행 법령으로는 디지털 기반 산업의 체계화 지원에 한계가 있다. 복잡하고 경직된 규제 체계는 기술 발전과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디지털 기반 산업이 본격 도입될 경우 많은 일자리가 AI, 로봇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감소, 신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세한 대비가 부족, 디지털 기반 산업 수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디지털 전환에 있어 드러나는 차등 개선 역시 시급하다. 기업 생산성 향상, 원거리 시장, 지식 네트워크 접근성 향상 등 이점이 많다. 중소기업은 디지털 기술 적용에 뒤처져 특단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률에는 격차가 거의 없지만 클라우드 등 심화기술에선 격차가 크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뉘었다. 디지털 전환 차등이 현실에 반영됐다.
디지털 기반 산업 추진 체계 토대를 마련하고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기본 사항을 논의할 주요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기술 혁신과 고용 균형을 달성할 계기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고 대도약의 전기를 열어 나가기 위해선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재훈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변호사·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jaehoonlee@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