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벤처기업이 21대 국회에서 가장 기대하는 법안 가운데 하나는 '차등의결권' 도입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제2벤처붐 확산 전략의 일환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혔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지난 2월 'K-유니콘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올해 하반기 중으로 벤처기업 특별법을 개정해 창업주에게 제한적으로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미 총선에 앞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제2호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차기 국회에서 가장 빠르게 도입될 법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차등의결권 도입이라는 큰 틀은 정해졌지만 세부 도입 방안과 관련해서는 저마다 다른 요구가 있다. 특히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을 비상장기업뿐만 아니라 상장기업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합리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한 만큼 상장기업에게까지 대상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장사협의회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국도 이미 글로벌 혁신기업 유치와 자본시장 확대를 위해 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허용했다”면서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 투자와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다. 상장 이후 지분 매각을 목표로 하는 벤처캐피털(VC)의 특성상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서는 초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시민단체 일부도 차등의결권이 경영권 세습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기부에서는 상법 개정이 아닌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비상장기업의 창업주에 한해 차등의결권 발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원칙 아래 제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상장 이후 의결권 유지 여부 등 세부 사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도입을 위한 요구는 벤처기업법 개정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장업체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유니콘 기업이 국내 상장시장에서도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는 수단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자본 유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도 21대 국회 기간 중 지속될 전망이다. 기존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유도위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제도 역시 창업·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도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 수익만을 추구하는 VC와 달리 CVC의 도입으로 대기업의 투자 시장 참여와 M&A를 통한 회수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CVC 도입 효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의 경우 자체 VC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대기업 역시 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참여자 다변화는 시장 질적 발전 측면에서 당연히 반길 일지만 CVC 도입에 따른 효과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CVC 도입을 비롯해 벤처투자 시장 발전을 위한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