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Rent). 흔히 뭔가를 대여하거나 빌린 대가를 말할 때 쓰는 단어다. 학술 용어로는 지대라고 표현한다. 경제 활동이 아니라 자본이나 토지를 소유해서 얻는 소득을 지칭한다. 이것에 잘 따라다니는 개념이 '경제 지대'다. 생산에 소요된 비용을 제하고 거둔 수익을 말한다.
많은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은 두 가지다.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다. 혁신으로 좁혀 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혁신하고 지속할 것인가.
어느 기업이 경영진을 물색한다면 인터뷰 때 묻게 되는 것도 이것이다. 일관된 전략이 없다면 성공할 수는 있지만 지속은 어렵다. 후보자 이력서에서 성공 경험만큼 트랙 레코드를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혁신전략을 묻는 질문이야 백인백색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티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에게는 지대 개념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이 추구하는 경쟁 전략은 독점지대, 자원지대, 혁신지대 가운데 무엇인가요.”
만일 독점지대 전략을 택하겠다고 하면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여기서 전략이란 제품을 차별화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경쟁기업과 비교해서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답이라면 산업 분석에서 시작해 어떻게 경쟁하고 이윤을 낼 것인가에 있다. 항공 산업 같으면 저가항공사에 대항해 서비스를 차별화한다거나 광고, 심지어 저가항공사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것은 지금 파이에서 내 몫을 키우는 데 있다. 독점한다면 파이 전체가 내 몫이 되니 더 바랄 게 없다.
자원 전략은 비슷한 듯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잠재 역량'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만큼이나 그것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역량이 관건이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열쇠는 차별화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역량에 있다”는 것이다.
3M을 생각하면 이 전략이 쉽게 이해된다. 수없이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이 성공이 진정 놀라운 점은 제품 하나하나보다 이런 혁신을 반복하는 3M만의 역량에 있다. 파이를 놓고 따져봐도 다르다. 역량을 활용해 파이를 키우거나 새 파이를 찾아낼 수 있다. 삼성이나 SK 로고를 붙인 전기자동차 같은 것이다.
세 번째 혁신 전략은 '창조적 파괴'로 대변된다. 시장은 얼마든 변한다. 기존 제품이 전달하지 못하는 가치를 전달한다면 기존 시장은 와해된다. 그리고 새 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레이저프린터는 제록스가 창조했지만 개인용 레이저프린터 시장을 만든 것은 캐논이다. 사진필름 시장은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학자들은 이 독점·자원·혁신 지대에 대학자 이름을 붙여 각각 체임벌린 지대, 리카르도 지대, 슘페터 지대라 부른다. 정작 이렇게 부르는 것엔 학자 같은 느낌도 있겠지만 이들 대학자가 말하는 철학과 전략의 다름을 상기시키는 것에 있다.
어찌 보면 경영 전략은 과일주스 같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섞어 기막힌 맛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그런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종종 한 번은 성공했는데 다음은 실패했다고 말하는 경영진에게 철학과 전략을 묻게 되는 것도 이런 탓이다. 뭔가를 대충 섞어 기상천외의 맛을 내는 건 '확률 영역'이지 '경영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의 도법을 생각한다면 체임벌린, 리카르도, 슘페터를 먼저 알아둘 필요도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