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오픈뱅킹 도입 수혜로 막대한 수수료를 절감한 '대형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최대 실적을 달성하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종전 펌뱅킹 수수료를 10분의 1로 낮춘 정부의 개방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통해 수백억원을 절감한 영향이 컸다. 최대 실적을 속속 발표하며 대규모 홍보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오픈뱅킹 도입 당시 이들 기업이 약속한 송금 수수료 무료화 계획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와 금융사가 오픈뱅킹 전환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절감시켜 주고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절감된 수수료를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오픈뱅킹을 밀어붙일 때 기존의 높은 펌뱅킹 수수료를 받고 있던 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개방형 API를 제공하지 못하겠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수수료 체계는 시장 자율로 결정해야 하지만 정부가 핀테크 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오픈뱅킹 전환을 촉구하며 공청회 등에서 오픈뱅킹 전환에 따라 수수료가 절감되면 송금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절감된 자금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며 은행권의 협력을 부탁했다. 결국 오픈뱅킹이 도입됐고, 상당한 이용자를 보유한 이들 기업은 1000억원 가까운 펌뱅킹 수수료를 절감했다.
문제는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송금 부문에서 이들 기업이 여전히 유료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0회까지 무료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과하면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오히려 월정액 유료 서비스인 토스프라임을 선보이며 이 유료서비스 가입 시 건당 100원을 지급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10회 초과 시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NHN페이코는 5회 초과 시 500원을 받는다.
반면에 네이버페이와 핀크는 무료 송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뱅킹 도입에 가장 적극 나선 선발 빅테크 기업이 유료 서비스를 고수하고 있다.
송금 수수료 무료가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빅테크 기업이 오픈뱅킹을 통해 상당한 혜택을 받았고, 소비자 혜택으로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달라는 소비자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사후관리 부실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오픈뱅킹이라는 파격의 금융 인프라를 도입한 후 빅테크 기업과 선발 사업자에게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사후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초기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후발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장벽이 종전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12일 “송금 수수료 무료라는 공익적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절감된 비용을 오히려 고객 유치를 위한 변칙 마케팅에 활용하는 아이러니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고객을 유치하면 일부 포인트 등을 주는 단발성 프로모션만 선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단체 등도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 문제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빅테크 5개사 송금 체계 비교(자료-각사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