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격의료, 법제도화 나서야

[사설]원격의료, 법제도화 나서야

원격의료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비대면 의료 도입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도 긍정 입장을 밝혔다. 김연명 사회수석은 더불어민주당 21대 당선인과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상담 진료가 17만건 정도 나왔다” 며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여당도 아직은 미온적이지만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측은 “본격적인 추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미 대통령까지 나서 원격의료를 지지하는 입장을 감안해 조만간 비대면 의료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원격의료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숙원 과제다. 일부 의료계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원하고 있다. 사사로운 정치 이슈 수준을 넘어섰다. 한시적으로 허용한 원격의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가 발표한 2월24일부터 4월12일까지 원격의료 활용현황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 14곳이 2858회, 종합병원 109곳이 2만522건을 전화로 진료했다. 전문 병원은 353곳이 1만7861건, 2596개 의원은 무려 6만2757건이 원격 상담으로 이어졌다. 이미 전화 진료와 처방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입증받은 셈이다. 원격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법과 제도다. 17대부터 의료법 개정안이 올라왔지만 정치권이 의료계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논의 조차 못하고 있다. 20대에도 의료법 통과를 촉구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말로는 모두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실행을 위한 첫 걸음은 시작도 못했다. 여기에는 어정쩡한 정치권의 입장도 한 몫 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책임 소재, 보험 수가, 병원 양극화와 같은 문제를 하루속히 공론화해야 한다. 결국 강력한 정부 의지다. 정부가 균형감을 잃고 기득권에 끌려 다닌다면 원격의료는 다시 공허한 말장난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제도 도입이라는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뛰어 넘어야 한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로 재조명되면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