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국가적 네트워크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동영상 서비스 속도를 제한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데이터트래픽 관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인한 데이터트래픽 폭증과 네트워크 과부하에 대응하기 위해 준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주요국 사례를 분석, 네트워크 연결성 확보를 위한 참고사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독일·유럽, 적극적 데이터트래픽 관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국 통신분야 대응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신청은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터넷 과부하가 발생하면 데이터 트래픽을 관리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이드라인은 필요한 경우 음성통화와 같이 일정수준 이상 품질과 연결성을 보장해야 할 서비스에 대해 우선 순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특정 범주의 데이터 트래픽을 제한하되, 특정 사업자에 대해서만 제한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경우에 따라 데이터 전송속도 제어, 제로레이팅 일시 중단 등 이용자 전체에게 일괄 적용되는 조치가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망 중립성'을 유지하되, 예외를 허용하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망 중립성은 콘텐츠에 따른 네트워크 품질·속도 차별을 금지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필수 정보전달을 넘어 과도한 데이터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서비스를 유사시 트래픽관리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규제 변화 논의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차원 데이터 트래픽 모니터링과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통신규제기구(BEREC)는 코로나19로 인한 인터넷 트래픽 증가가 지속될 경우, EU 망 중립성 규제인 오픈 인터넷 액세스(Open Internet Access) 규정에 따라 트래픽 관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망 중립성 원칙을 보장하되, 전체 네트워크에 영향을 끼치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등 서비스 범주에 대해서는 범주별로 속도 제한 등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연결성 보장 위한 규제완화
미국은 취약계층 통신복지 관련, 민간 자율 참여를 요청하는 규제완화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FCC는 버라이즌, AT&T를 포함해 700개 통신사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통신 연결성 유지 협약(Keep Americans Connected Pledge)'을 체결했다. 협약은 통신사에 △통신요금 미납에 따른 서비스 종료 유예 △통신연체료 감면 △와이파이 핫스팟 개방 등 내용을 담았다. 이에 호응해 버라이즌, AT&T 등은 자발적으로 데이터 추가제공 등 대책을 시행했다.
FCC는 동시에 '연결성 유지 이니셔티브(Keep Americans Connected Initiative)'를 통해 파격적 규제완화를 통한 지원정책도 제공했다.
FCC는 시골 지역 인터넷 연결 보장을 위해 33개 무선 인터넷 사업자에 600㎒ 대역 주파수를 한시적으로 추가 공급했다. 앞서 버라이즌, T모바일, US셀룰러 등 주요 이통사에는 인접한 방송통신사의 유휴 주파수를 임대해 한시적으로 주파수를 확장하도록 허용했다.
FCC는 2억달러 규모 예산을 공공 의료단체 통신장비·정보서비스 통신망을 확충하도록 지원하는 등 의료·교육 분야 통신망 확보와 관련, 직접 자금 지원책을 제시했다.
민간 자율을 중시하면서도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는 정부가 강력한 협조를 요청하는 자율 협력 모델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일본, 민간참여 유도
일본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신종플루 등 대책에 관한 특별조치법' 적용 대상에 코로나19를 추가, 감염 확산에 따라 긴급 사태를 선언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했다.
총무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총무성 대처 방침'을 발표하고, 필요한 조치와 민간 협력을 요청했다. 통신 정책과 관련해 △전파 사용료 지불기한 연장 △통신 요금 지불기한 연장 △재택근무 시스템에 대한 소개 및 지원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대형 이통사는 물론이고 UQ모바일, 라인 라쿠텐 등 주요 알뜰폰 사업자도 정부 요청에 동참, 고객 신청이 있을 경우 통신요금 납부를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하고,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했다.
영국 통신규제청(OFCOM)은 의료기관 업무를 위한 인터넷 연결 보장과 원격 진료를 위한 인터넷 연결 확보에 중점을 두고 통신사 협조를 요청했다.
주요국 대응방향은 취약계층 중심 인터넷 연결성 보장과 데이터트래픽 폭증 우려에 따른 트래픽 관리·모니터링 강화로 요약된다.
트래픽 관리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실질적인 조치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관련 정책 점검과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연결성 보장과 관련, 우리나라도 통신사 자발적 협조가 이뤄지고 있지만, 통신요금 납부 유예정책 등 측면에서 해외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 생계곤란을 선별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을 전제로 제도 도입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KISDI는 “해외에서는 아직까지 유의미한 네트워크 과부하가 관찰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문제 발생에 대비해 대응 방침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인터넷 연결성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트래픽 폭증 대비하고 인터넷 연결성 확보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