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변경(生産性 邊境). 경쟁이 심해지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려 하기 마련이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차츰 여분의 생산성은 줄어진다. 결국 기업들은 대부분 최대치 근처에 위치하게 된다. 장점은 서로 다르지만 나름 할 만큼 한 셈이다. 이제 기업에 남은 선택은 둘 가운데 하나다. 마른 수건을 한 번 더 짜거나 어디서 여분의 생산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위기경영이란 용어가 일상화됐다. 팬데믹 앞에서 기업은 생존을 묻고 있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한 혁신엔 무엇이 있을까 스스로 묻는다.
혁신은 마른 수건을 짜는 덴 젬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분의 생산성을 찾아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이런 혁신을 묻는다면 들려줄 얘기가 있다. 주장은 간략하다. 기업은 가치 만들기에 꽤 능숙해졌지만 회수하는 데는 여전히 젬병이다.
성공 혁신이란 가치창조혁신과 가치전유혁신 모두 성공하는 것이다. 전자만 하고 후자를 챙기지 못하면 수익을 탁자 위에 놓고 자리를 비운 것과 같다. 누구든 눈에 띈 사람한테 갖고 가라는 꼴이다.
마음 급한 기업에 제록스와 캐논 얘기를 하면 그런 글로벌 기업과 상관없다고 하겠지만 단지 세 편의 광고를 나누려 한다.
첫 번째는 제록스 최초 복사기인 914 광고다. 한 여자아이가 아빠 사무실에서 복사를 대신해 준다. 한 손엔 인형을 들고서 천연덕스럽게 복사기로 가서 서류를 놓고 버튼 하나로 복사한 다음 아빠에게 가져다준다. 물론 자기 몫도 챙긴다. 자기 인형도 복사를 한 장 해 간다는 스토리다.
두 번째는 제록스 9200 광고다. 수도승이 고문서를 베끼고 있다. 원장에게 가져다주니 연방 “베리 나이스”를 연발하며 500부를 더 베껴 오라고 한다. 수도승은 두말하지 않고 그러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제록스 복사점으로 간다. 금방 복사해서 가져다주니 원장은 “미러클”이라며 하늘을 쳐다본다. 광고는 제록스 복사기의 최첨단 성능을 자랑한다.
세 번째는 캐논 PC-320 광고다. 어느 복사 가게에 손님이 들어와 복사를 부탁한다. 가게 주인은 무뚝뚝하게 턱으로 기다리는 손님을 가리킨다. 다들 불만투성이의 표정으로 자기 차례만 기다리고 있다. 캐논은 줄을 서는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책상 위에 놓을 만한 조그만 크기의 개인용 복사기다. 광고는 복사 가게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진열장의 이 개인용 복사기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끝난다.
캐논이 개인용 복사기를 내놓을 때까지 제록스는 이 시장을 테이블 위에 놓은 채로 둔 셈이다. 실상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보싸드는 조립원들이 일일이 볼트와 너트에 윤활유를 발라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미리 윤활제를 도포한 제품을 내놓았다. 다우코닝은 실리콘 제품에 당연한 듯 붙어서 가던 서비스를 빼고 인터넷으로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많은 제품은 실상 면도기처럼 본체와 소모품을 분리해 수익 모델을 짤 수도 있다. 많은 기업간거래(B2B) 제품은 서비타이제이션이 가능하다. 묶어서 파는 게 있다면 하나씩 떼어내 팔 수 있고, 반대로 하나씩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면 묶어서 팔 수도 있다.
우리는 매번 마른 수건이라도 한 번 더 짜자고 말한다. 그러나 예전에 짠 그 마른 수건을 또 꺼내 들 필요는 없다. 테이블에 남겨 놓은 것은 없는지 보라. 누구든 남겨진 무엇인가가 있다. 가치전유혁신이 말하는 것도 이것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