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소기업에서 해답을 찾다

[ET단상]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소기업에서 해답을 찾다

생각지 못한 코로나19가 겨우내 우리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따뜻한 봄이 완연해진 지금에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모범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주목엔 신속한 검진과 대응 체계 마련을 뒷받침한 진단키트, 진단시약, 워크스루 장비 등의 공헌을 빼놓곤 논할 수 없다.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작은 영웅'은 글로벌 무대 곳곳에서 환영받으며 대한민국 중소기업 기술의 저력을 만방에 떨쳤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은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의 선두에서 디지털 경제 전환과 스마트 대한민국 구현에 힘을 쏟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가운데 유일한 R&D 전담 기관으로,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과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및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공개한 코로나19 관련 체외진단기기 제조·수출 기업 41개사 가운데 75%인 31개사가 기정원의 중소기업 R&D 수혜 기업이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세상이 전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인터넷 기반 온라인 비즈니스와 비대면 경제가 인류의 삶과 공동체 영역 전반을 뒤바꿀 것으로 전망되는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은 혁신 기술을 디딤돌 삼아 도약할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R&D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개별 기업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 R&D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 산업 육성과 주력 산업의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서는 밸류체인 상의 키플레이어 과제를 공동 기획하고 협업을 통한 컨소시엄 R&D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 혁신 성장동력 등 산업 생태계 분석을 통해 분야별로 취약한 요소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 생태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기술 혁신의 사업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기술 규제나 인증을 R&D 단계부터 지원해 나가고, R&D 지원 자금 이외에 금융이나 투자펀드와 연계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수요를 전제로 하는 구매조건부 R&D는 효율 높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R&D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와 연계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셋째 스마트 공장 고도화와 제조기업의 리쇼어링은 스마트 대한민국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하나로 국내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집약형 업종의 스마트화, 공급기업의 얼라이언스, 스마트공장 R&D, 표준화,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통한 스마트공장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 또 리쇼어링 기업을 위한 스마트 공장, R&D 등 전반에 걸친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스마트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상용화된 기술·솔루션 보급 중심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기술 개발, 인력 양성 교육, 데이터 활용과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신시장·신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포스트 코로나 뉴딜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신속한 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해 데이터 관리 체계 전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단기로는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R&D를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 수준을 고려한 AI 솔루션 도입 및 활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탄탄한 지반에 뿌리 내린 나무는 거센 태풍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중소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정책과 제도가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지하면 올해 코로나19라는 역경을 이겨낼 희망의 증거를 중소기업이 보여 줬듯이 종래엔 무성한 가지를 드리워서 한여름에 쏟아지는 햇빛을 가려 주는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줄 것이다.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leejhong@ti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