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을 기존 한국판 뉴딜 사업 안에 포함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정부 부처에 내린 지시다. 이후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이 다시 그려지고 있다.
그린 뉴딜은 애초부터 한국판 뉴딜 계획에 별도 과제로 들어 있지 않았다. 지난 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에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등 3대 영역 프로젝트가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의 예측 성과를 보고하라고 주문하고, 이를 보고 받은 뒤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판 뉴딜은 기존 디지털 뉴딜에 그린 뉴딜을 더해 크게 2개 축으로 나아가게 됐다.
문 대통령 지시 이후 바빠진 것은 환경부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그린 뉴딜에 관여하지만 총괄 책임은 환경부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환경부가 '총대'를 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주에도 간부회의를 열고 그린 뉴딜 구체화 방안을 논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문 대통령도 지금의 위기를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전례 없는 파격의 경제활성화 대책을 주문했다. 그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뒤늦게 한국판 뉴딜로 가는 막차에 올라탄 그린 뉴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을 담당할 '그린'의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그린 뉴딜을 두고 기대 한편으로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부가 지금 우리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환경부는 기업에 '진흥'보다 '규제' 부처로 인식된다. 사실 그것이 환경부의 주된 기능이기도 하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환경과 국민안전에 필요하지만 기업에는 여전히 연구개발(R&D)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조 장관은 그린 뉴딜과 관련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과제를 우선 추진할 뜻을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원칙으로 보이지만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무게 추 균형을 잡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부의 애초 방침에 따르면 한국판 뉴딜의 세부 추진 방안은 6월 초 발표 예정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린 뉴딜만큼은 앞으로 정책 발표 때까지 '환경부의 시간'이다.
환경부는 현 정부 들어 물관리 일원화 등에 따라 위상과 조직 규모가 커진 부처 가운데 하나다. 1994년 부로 승격한 후 멈춘 실·국 조직이 확대됐다. 정권 초기에는 '실세 부처'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심화된 지금 환경부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늘 하는 대로 '견제구'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다. 경제 활성화를 앞당길 기폭제 역할도 해야 한다. 일각의 우려대로 환경부가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다면 그린 뉴딜이 한국판 뉴딜이라는 범부처 정책의 장에 들어설 명분도 사라진다.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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