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원격 수업과 비대면 회의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기업은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제품 체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드레스 맞춤 추천 제공 등 다양한 창의성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서비스는 온라인 접속이 필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접근권 보장을 중요 정책 과제로 대두시켰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 역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디지털 뉴딜'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IT 강국이 된 경험을 되살려 교육·의료·물류 등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과 사회 기반시설 디지털화,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포함한 기반 인프라 조기 구축 등 디지털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인프라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부흥의 탄탄한 발판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국가 디지털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이를 5G 네트워크와 연결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G는 통신뿐만 아니라 사회와 산업 전반을 바꾸는 디지털 경제 핵심 잠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정보 제공 업체 IHS는 5G의 사회·경제 파급 효과가 2035년에는 3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G 경쟁은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주”라며 5G 리더십을 강조했듯이 중국도 대규모 5G 투자를 통한 코로나19 극복을 꾀하며 2025년까지 망 구축에 200여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5G 디지털 인프라 경쟁은 주파수 할당 정책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디지털 경제에서 5G 투자의 중요성을 고려, 인프라 투자와 경제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파수 할당 절차를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도 주파수 할당 정책을 경매 수익 극대화에서 데이터 접근권 확대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5G 패스트플랜(FAST Plan)' 정책을 통해 5G 주파수를 역대 최저가에 공급했다.
프랑스는 데이터 접근권 확대를 위해 네트워크 확장을 주파수 할당 정책 목표로 전환했다. 주파수 경매 및 재할당 시 커버리지를 확대하면 할당대가를 낮추기로 한 것이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프랑스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차관급)은 지난해 6월 “이익 극대화는 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정책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총무성도 사업자의 투자 유인 제고와 단말, 장비 등 글로벌 진출을 이유로 들며 5G 주파수 할당 시 경매 도입을 연기했다. 각국 정부가 5G 망 확산을 위해 재정 수입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투자 지원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내년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대가 부과가 이슈화 되고 있다.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 사례로 인정받으며 K-방역이 글로벌 표준화 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한국이 디지털 인프라 정책의 선도 국가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파수 재할당을 위한 정부 정책은 예전과 달리 당면한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 인프라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한편 데이터 접근 권한과 활용 기회를 최대한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이원철 숭실대 IT대학장 겸 정보과학대학원장(전자정보공학부 교수) w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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