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업체 텔레칩스가 중국 완성차 빅4 가운데 하나인 장안자동차에 디지털 계기판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했다.
이번 개발·공급으로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IVI) AP에 집중된 사업 영역을 디지털 계기판으로 확대하게 됐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용 AP는 차량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IVI AP보다 한층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텔레칩스의 차량용 AP 시장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칩스는 중국 장안자동차에 디지털 계기판을 공급하는 현지 자동차 부품사 TYW에 '돌핀+ AP(TCC8035)'를 납품한다. 연간 물량은 5만~7만개로 예상된다.
장안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S55에 우선 탑재하지만 텔레칩스 AP 기반 디지털 계기판 적용 차량을 늘려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적용 차량은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칩스의 차량용 AP가 디지털 계기판에 적용되는 건 장안자동차가 처음이다.
대체로 차량용 AP는 IVI, 디지털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에 사용한다. 이 가운데 디지털 계기판은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IVI, HUD보다 높은 기술 안정성이 요구된다.
차량용 AP 시장은 NXP, 퀄컴, 르네사스 등 세계적 팹리스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굴지의 완성차에 제품이 탑재된다는 것은 안정적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디지털 계기판 AP 시장 진출로 회사 제품군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텔레칩스는 장안자동차를 시작으로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로 한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계기판 비중을 늘려 매출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TYW와의 협력도 긍정적이다. TYW는 중국 자동차 계기판 시장 선두업체다.
향후 현대기아차 및 중국 합자법인의 텔레칩스 AP 기반 디지털 계기판 채택도 기대된다. 텔레칩스 차량용 AP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12% 수준이다. 대다수가 현대차그룹에 납품되고 있다. 제네시스 라인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 IVI가 텔레칩스 AP로 구동된다.
텔레칩스는 IVI와 디지털 계기판을 하나의 AP로 통합 제어하는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차량용 AP의 경우 IVI, HUD, 디지털 계기판 각각의 칩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칩은 통합하더라도 디지털 계기판의 경우 운행 안전성을 위해 'QNX' 등 특정 운용체계(OS)를 선호한다. 결국 통합 칩은 하나의 AP에서 2개의 OS를 구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차량용 AP는 이를 가상화 기반 하이퍼바이저 방식으로 구현한다. 그러나 텔레칩스는 물리 형태로 2개의 OS를 가동할 수 있도록 AP를 설계했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디지털 계기판용 AP가 양산 공급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공급을 기반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자동차 관련 업체를 상대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텔레칩스는 국내 1세대 팹리스 업체로, 지난해 매출 1322억원을 기록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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