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상호운용성 확보된 코로나19 임상 빅데이터 구축 필요

박현애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박현애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전 세계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봉쇄나 외출 금지 조치 없이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성공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산 억제 성공 요인으로는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시설, 방역 당국의 빠른 적극 진단 및 추적 검사, 국민들의 성숙된 시민 의식과 사회적 거리 두기 자율 참여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IT를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인 정보기술 활용 사례로 진단키트 개발을 위해 중국에서 공개된 유전자 정보 분석에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에서 실시간 확진자 및 동선 제공에 활용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국내 자기 격리자와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에 활용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공적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스크 구매처 관련 앱,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처방,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경증환자 진료에 활용한 개인건강기록(PHR), 원격모니터링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중국·독일 등에서 코로나19 대응 사회 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국내외 감염 전문가들은 올 가을에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앞다퉈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재유행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발생을 예방하고 감염자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차분히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의료 정보 측면에서 코로나19 재확산 또는 재유행 시 의료자원의 효율 활용을 위해 확진자 정보와 건강보험 데이터와의 통합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또는 검역 단계에서 확진자 발생 시 병원 격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때 의료보험 데이터에 접근해 기저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의료자원을 효율 높게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 대응 모범국가의 하나인 대만의 경우 출입국 데이터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합, 검역 단계에서 잠재 사례를 식별해 고위험 환자를 방역하고 자국민과 여행객의 동선 파악 및 증상 추적에 활용했다. 또 의료기관이 이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 실시간 진단 및 치료에 여행 기록과 증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또는 재유행 시 감염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진료 현장에서 임상의들의 환자 진료 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근거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이 확보된 코로나19 관련 임상 빅데이터의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에픽, 서너 등 글로벌 전자의무기록 개발 업체들이 전자건강기록(EHR) 기반의 코로나19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컨소시엄에 합류해 익명화된 환자 데이터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데이터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 뉴질랜드,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 스노메드 시티(SNOMED CT)를 표준 의료용어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자국에서 개발한 콘텐츠 표준, 데이터 표준, 상호운용성 표준, 참조 세트 등을 공유하고 있다. 스노메드 인터내셔널에서는 이들 국가에서 발표하는 표준을 활용해 코로나19 관련 콘텐츠를 기술하는 데 필요한 SNOMED CT 개념의 고유 식별자, 세부 명칭, 선호용어 목록을 글로벌 환자 세트로 개발해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 세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접종, 항체, 항원, 코로나19 감염증, 코로나19 의심자, 코로나19 노출 등을 표현하는 새로운 개념과 국제질병분류체계와의 맵, 기존의 SNOMED CT 개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증 증상 및 징후, 검체, 진단 방법, 처치 등을 기술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코로나19의 검사 및 확진자 관리를 통해 수집된 임상데이터를 코호트 데이터로 구축해 익명 처리한 후 공개하고 있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데이터는 진료비 청구 자료로, 임상 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려면 의료기관이 보유한 전자의무기록 데이터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코로나19 환자 진료 과정에서 수집할 데이터 항목의 표준화로 상호운용성이 확보된 임상 빅데이터를 구축해 임상의들에게 환자 진료 시 도움될 수 있는 근거 개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현애 대한의료정보학회장 hapar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