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실장과 수석·보좌관등 주요 참모진에 대해선 '재신임' 카드를 꺼냈다. 4·15 총선 이후 예상됐던 개각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보단 안정감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경제 활력을 되찾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소폭 인사도 '안정감'
문 대통령은 이날 교육비서관에 박경미 전 의원을 내정하는 등 7명의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경미 신임 교육비서관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과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의전비서관에는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전문위원, 홍보기획비서관에는 한정우 춘추관장이 각각 내정됐다.
해외언론비서관에는 이지수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춘추관장에는 김재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시민참여비서관에는 이기헌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회통합비서관에는 조경호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이 배치됐다.
이날 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탁현민 의전비서관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사직하고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을 역임 중이었다. 이번 인사에서 비서관으로 승진해 청와대로 복귀한다.
탁 비서관은 선임행정관 근무 당시 자서전 내용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 이로 인한 여성단체 등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은 '익숙함'에 우선을 둔 인사로 풀이된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는 친문그룹 막내격인 한정우 춘추관장이 이동했다. 춘추관장으로는 김재준 제1부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됐다. 두 사람 모두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이 또한 문 대통령이 선호해온 '익숙한 인사'로 볼 수 있다.
해외언론비서관에는 이지수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이 내정됐다. 외부 영입으로 볼 수 있지만 앞서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외신담당 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주요 참모진 '재신임'
“대통령은 당연히 참모들을 신임하고 있다.”
이달 초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그는 총선 후 대규모 인사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21대 총선 후 청와대 조직에 변화가 불어올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선거에서 패배했거나, 당내 경선에 탈락한 당내 주요 인사들의 청와대행은 여당의 총선 압승 등에 묻힌 모양새다.
특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이른바 '3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의 인사는 예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람을 자주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기정 정무수석과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등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후반기 국정운영에 변화보단 안정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경 과학기술보좌관과 박복영 경제보좌관이 최근 청와대에 합류했지만 공석이던 자리를 채우는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과 그린 뉴딜을 주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각국의 호평을 받는 방역 성과를 함께 이끌었던 주요 참모진과 함께 경제부문에서도 위기극복의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대규모 개각도 없을 듯
올 초 정세균 국무총리가 부임한 이후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도 없는 상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한 1기 내각 출신 장관도 그대로 있다. 문 대통령은 총선 이후 5월 초에 장관급이지만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국무조정실장과 몇몇 차관급 인사만 실시했다.
청와대는 이달 초 일부 언론의 중폭개각 가능성 보도에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개각을 검토해도 추천과 인사검증 등이 이뤄지려면 최소 2개월은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개각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전언처럼 문 대통령 역시 당장 시급한 과제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후 개각 얘기가 계속 나오지만, 검토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3차 추경 등 코로나 위기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야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장관 인사는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한 인적 쇄신 요구가 없다는 안팎의 상황도 반영됐다. 앞으로 청와대는 현 내각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177석 거대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입법 분야에서 추진 동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