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도 야당과의 협치, 소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177석을 확보했음에도 밀어붙이기식 전략을 고수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여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현안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당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 강기정 정무수석 외에 김상조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국회 방문도 잦아질 수 있다.
지난 28일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오찬에 앞서 강 수석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이동하면서 주 원내대표의 손을 잡았다. 주 원내대표 역시 강 수석의 손을 단단히 잡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찍혔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국회, 특히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한 청와대의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난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찬회동에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3차 추경 처리, 여야 간 초당적 협력과 '일하는 국회'를 당부했다. 오찬 후 산책에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 드릴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소야대, 다수당 위주의 20대 국회가 정쟁에 휩싸이며 중점 법안 등에서 곤혹을 겪었던 만큼 21대 국회에선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 측면에서 21대 국회 상황이 지난 20대 국회보다 좋다. 여당이 177석을 확보했고, 교섭단체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둘 뿐이다. 여대야소, 거대양당 구조로 바뀌면서 국회 협치 방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단 한 차례 열린 후 멈춰 섰던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재가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당 위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상황이 변했으니 그에 맞춰 국회, 야당과의 소통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협치 파트너는 미래통합당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오찬 회동 다음날인 29일 “여야가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추진해 보라”고 강 수석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 정국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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