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5월 30일부터 시작됐다. 예정대로라면 6월 5일 첫 본회의가 열린다. 개원 전부터 21대 국회 화두는 '일하는 국회'였다. 여당은 1호 국회 안건으로 20대 국회 당시에 문턱을 넘지 못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상시국회 도입을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패스트트랙 기한 축소, 본회의·상임위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일방통행'을 우려하지만 기본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그만큼 '일하지 않는 국회'였다는 얘기다. 법안처리율은 불과 37%에 그쳤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회인 21대는 20대와 달라야 한다. 여야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심기일전하는 모양새는 나쁘지 않다. 일부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에 보이지 않는 여당 꼼수가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미 세부 법안 내용까지 여야가 합의한 상태다. 오히려 야당의 소극 자세는 국정 초반부터 발목을 잡는다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취지에 공감하고 방향이 맞으면 통 큰 자세가 변화된 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하는 국회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당도 심기일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협치를 위한 여당 의지가 중요하다. 오히려 21대 국회에서는 여당 역할이 크다. 여당은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얻었다.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도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여당이 원한다면 언제든 손쉽게 법안을 무사통과할 수 있는 '절대 반지'를 손에 넣었다. 어느 때 보다 겸손과 배려가 필요하다. 협치를 위한다면 과감히 양보할 수 있는 대국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건전한 경쟁과 견제 관계가 이뤄질 때 건강해진다. 여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오만해진다면 그에 따른 결과는 여당뿐 아니라 고스란히 국회가 짊어져야 한다. 강한 힘에는 걸맞은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