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7>팬데믹 경영

노멀 애브노멀(Normal Abnormal). 심리학 표현이다. 어떤 사람이 의도하지 않는 사건을 겪는다. 트라우마는 잊을 수 없다.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된다. 결국 공황 상태에 빠진다. 어느 포로수용소 생존자의 조언은 이렇다. “비정상 상황에서 비정상으로 반응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이세요.” 결국 비정상 행동이 정상임이 증명인 셈이다.

코로나19가 만든 팬데믹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의 파산 소식은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를 상황을 예견한다. 기업에 어떤 조언이 있을까. 이 팬데믹을 넘어서는 전략은 무엇일까.

위베르 졸리 베스트바이 회장의 조언은 경청할 만하다. 계획을 세워서 긴 싸움을 준비하라고 한다. 세 단계로 나누어 말한다. 우리는 이 상황에 맞춰 고객을 생각하며 한다.

첫 번째는 지금과 같은 거리 두기 상황이다. 여기서는 안전이 우선이다. 비접촉식 전달 방식은 필수다. 전달 과정에서 노출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니 기술이 우선이다. 그러나 인간미가 빠져서는 안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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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공황이 닥쳤을 때 고객에게 다가선 기업은 많지 않다. 자신을 추스르기에 급급했다. 격리된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랠프 로런은 자신의 사훈을 떠올렸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공급 기업들과 연락을 나눴다. 일선 의료진을 위해 마스크와 가운을 만들어 공급했다. 다른 기업과 다른 선택은 없는지 생각해 보라. 아직 늦지 않았다.

두 번째는 비정상에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언젠가 기업들은 예전의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하면 된다는 건 오판이다. 소비자에게는 아직 상흔이 있다. 모든 것에 팬데믹을 떠올린다.

'내일 당장 다시 시작된다면'이란 생각 속에 살아가는 시기다. 이제 문제가 없는 것으론 부족하다. 무엇을 배웠는지 소비자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이 시기의 소비자들은 팬데믹을 생각하며 산다.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얻을 것이 별로 없다.

세 번째는 팬데믹이 지나간 상황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졸리 회장의 조언은 기존 사업 모델에서 생각하는 대신 회사의 목적에 초점을 맞춰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베스트바이는 생존 위기에서 '기술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목적을 다시 받아들였을 때 반전이 왔다.

고객 어드바이저 프로그램과 새로운 기술 지원 서비스를 구축했다. 고령의 노인들이 집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모르고 있던 잠재 수요도 찾아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헬스서비스 비즈니스가 됐다.

원가 절감에만 매달리는 대신 자신의 정체성을 맞는 새로운 수요를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성을 잃거나 미래 수익 사업을 날릴 수도 있다.

실상 졸리 회장의 조언은 커넥티드로 결론 맺는다. 격리되고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일수록 연결하는 것이 팬데믹이 만든 비정상에 대한 해결책이다. 고립돼 있을수록 연결은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단절이란 의미의 언택트는 연결이란 의미의 온택트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위기를 맞아 반전을 경험한 베스트바이의 성공담이 주는 조언은 기억해 둘 만하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7>팬데믹 경영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