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 벤처붐' 조성을 위해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20개 이상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으나 올해 진척이 없다. 지난해 12월 이후 신규 유니콘 기업은 '제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일각에서 '유니콘 실효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다 정교한 유니콘 육성 계획의 점검이 필요하다.
◇VC들의 투자 신중론에 유니콘 증가세 꺾여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유니콘 기업 탄생에 속도가 붙었다. 2018년 3곳에 이어 2019년 5곳이 유니콘 기업에 등재하면서 업계는 물론 정부는 올해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는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자 스타트업 지원금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2000억원으로 늘리고, 스케일업 펀드를 3조2000억원 신규 조성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반년 동안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유니콘 기업 육성 계획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벤처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감하는 상태에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투자도 취소될 만큼 투자 환경이 경색됐다. 많은 벤처캐피털(VC)들이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신중론'을 택하면서 스타트업들도 신규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11개다. 지난해 12월 에이프로젠이 국내 11번째 유니콘 기업이자 바이오 분야 첫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12번째 예비유니콘으로 가장 유력했던 곳이 마켓컬리지만 최근 9000억원 중반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아쉽게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마켓컬리는 그나마 코로나 사태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과 시장 선도 가능성 등을 인정 받아 2000억 원의 시리즈 E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다수의 예비유니콘들은 올해 기대했던 만큼의 투자를 받지 못한 데다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기존 투자자들의 후속 투자에 그친 수준이다.
◇차기 유니콘 후보군은…언택트·AI 분야 유력
차기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스타트업 후보군은 30여곳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 언택트(비대면) 관련 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 기업이 유력하다.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모바일 중고 마켓인 번개장터가 5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차기 유니콘 후보로 떠올랐다. 번개장터는 개인화 상품 추천, 안심 결제 서비스인 번개페이를 출시하며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제2의 무신사를 꿈꾸는 패션분야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도 줄이어 있다. 스타일쉐어는 2011년 패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사업을 시작해 2019년 기준 연 거래액 2000억원대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일반유저들이 업로드하는 패션콘텐츠에 상품 추천 및 판매를 연계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말 기술보증기금 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됐다. 지그재그 역시 패션업계의 유력 유니콘 후보다. 입점 쇼핑몰만 무려 3600여개에 달한다.
AI 분야에서는 모바일 빅데이터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가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 4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받고 있다. 안구 사진을 통해 황반변성과 녹내장 질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AI 기업 '뷰노'도 차기 유니콘으로 거론되고 있다.
레이니스트도 유니콘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제2의 토스'라 불리는 핀테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 중이다. AI를 통해 고객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등 국내 온라인 개인자산관리(PF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리브스메드, 아이디어스, 아젠컴, 엔젠바이오, 토모큐브, 루닛, 테라펀딩, 만나씨이에이, 오티디코퍼레이션, 원티드랩, 트루밸런스, 쏘닉스, 파킹클라우드, 웨딩북, 이티에스, 비브로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집토스, 딥바이오, 피엔에이치테크 등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할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야놀자의 경쟁사인 여기어때도 올해 차기 유니콘 후보군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여행·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8월 본격 시행 벤촉법, 민간자본 벤처투자로 이동 기대
정부는 올해 유니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통큰' 투자를 단행한다. 오는 2022년까지 신규 벤처투자 5조원 유치 등 정부는 얼어붙은 벤처 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유니콘은 모태펀드로부터 자금 조달하면서 빠른 시간에 급성장했다. 11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9개 업체가 모태자펀드로부터 투자 받았다. 정부는 올해 사상 최대치인 1조9000억원의 모태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올초 벤처투자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규모 민간자본이 벤처투자로 이동할지도 주목된다. 벤촉법은 벤처조합의 투자의무비율 완화 등 벤처투자의 진입장벽을 크게 완화하는게 골자다. 중기부는 지난 2월 하위법령안 제정을 통해 증권사·자산운용사도 창업투자회사와 함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하고, 엑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의 벤처투자조합 설립도 허용하는 등 벤처투자시장 참여자 간 경계를 허물고 투자의 자율성을 높였다. 또한 벤처투자 참여자들이 창업초기투자부터 후속성장·인수합병(M&A)까지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게 했다. 오는 8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규모 민간자본을 벤처투자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유니콘 탄생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1대 국회에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벤처기업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덩치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등 내실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갖춰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표>지난해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에 선정된 차기 유니콘 후보군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