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향후 진행 방향과 절차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와 결정 방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는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불법행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의 주장을 법원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지 않아 보강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면서 “불구속 재판의 원칙과 구속의 필요성·상당성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혐의를 '사상 최대 규모 금융범죄'로 규정하며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했으나, 법원은 사실상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예상보다 빨리 나온 것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과 제시한 증거의 설득력이 약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수사심의위로 집중된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도입된 대검찰청 산하 위원회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은 수사 처리 방향과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는 요청이다.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검찰이 개혁 조치 일환으로 도입한 결정을 따르지 않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수사심의위 기소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초 제도 시행 후 수사심의위가 심의한 8건의 사건에서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할 경우 검찰이 이와 다른 판단을 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기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기소가 돼서 재판을 받을 경우 재판 준비와 출석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은 기소유예 등 기소가 되지 않는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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