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총 87곳 기술력으로 증시 입성...'기술특례상장' 가장 활발

혁신기업 성장 지원 '특례상장제도'
기술 가치 판단...바이오 위주 상장
소부장 등 확장 '기술특례' 활성화
면제 혜택에도 여타 특례상장은 저조

기업공개(IPO)와 주권 상장은 기업이 공적 시장에서 주권을 발행하고 대중에 분산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한다. 상장 후 유상증자, 전환·교환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기업 초기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를 마련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상장사는 사업 내용이 공개되므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에게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유가증권(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으로 나뉜다. 객관적으로 경영성과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기업이 일정 재무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코스닥시장은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 위주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장요건을 완화해 적용한다. 당장 이익이 가시화되지 않았더라도 미래 가치를 판단해 실적 등 요건을 면제해주기도 한다.

코넥스시장은 코스닥 상장 전 단계로서 초기 중소·벤처기업이 주를 이룬다.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중소·벤처기업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자기업이라도 미래 성장성이 큰 경우에 한해 상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평가 특례상장 △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이익미실현 기업상장 제도가 대표적이다.

해당 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하려는 기업에 대해서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상태 요건을 폐지했다. 세전이익, 시가총액, 자기자본만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

[이슈분석] 총 87곳 기술력으로 증시 입성...'기술특례상장' 가장 활발

◇바이오 이어 소부장 무대된 '기술평가 특례상장'

기술평가 특례상장은 미래 성장이 예상되지만 아직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2005년 3월 도입됐다. 외부검증기관에서 기술력을 평가받아 일정 평가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기술평가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2005년 당시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가 첫 기술특례상장을 했다. 이후 바이오 기업 위주로 이 제도를 이용한 코스닥 상장이 증가했다.

2018년에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 등으로 상장심사 기준이 수익성 중심에서 시장평가와 성장성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술특례상장이 더 활성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기술평가 특례상장을 이용한 상장사는 총 87개였다.

2015년 이후 기술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책을 펼치면서 기술특례상장이 빠르게 증가했다. 2005년 당시 2개였던 기술특례상장사는 2012년 4개로 늘었고 2015년 12개로 급증했다.

非바이오 기업도 기술특례상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2018년 21개사, 2019년 22개사로 증가해 제도 도입 후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87개 상장사 중 바이오기업이 67개사로 많지만 2014년부터 부품,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 非바이오 기업도 총 20개사로 23%를 차지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하려면 전문평가기관 중 2곳에서 기술평가 결과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일 경우 예비심사청구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상장심사에서 경영성과나 이익요건 등은 면제받는다.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 조건은 충족해야 하지만 일반기업이나 벤처기업보다 낮은 수준을 요구받는다.

일반 상장사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 신규상장 수수료 등을 포함해 연간 약 600만~38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도 의무보호예수 수수료를 약 10만~100만원가량 지불해야 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이 수수료를 3년간 면제받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혁신기업 IPO 촉진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만 이용할 수 있던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스케일업 기업과 해외진출 기업도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스케일업 기업의 경우 2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 증가율이 20% 이상인 非중소기업을 뜻한다.

올해 초에는 소재·부품·장비기업을 위한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신설해 이 분야 기업 상장이 활발했다. 상장심사기간을 일반기업(45일)보다 빠른 30영업일로 단축해주고 기술평가기관 2곳이 아닌 1곳에서만 A등급 이상 받으면 기술특례상장을 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겹치면서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이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소부장 패스트트랙 1호 상장사인 메탈라이프를 비롯해 서남, 레몬, 서울바이오시스 등이 상장 전 높은 관심을 받았다.

◇테슬라 상장 등 여타 특례상장 사례 상대적 저조

아직 기업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기업, 독창적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 상장주관사가 추천한 기업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각각 2017년과 2016년 도입됐지만 기술특례상장에 비해 상장 사례가 많지는 않다.

일명 '테슬라 상장'이라 불리는 이익미실현 기업을 위한 상장 제도는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적자 기업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 시가총액, 매출, 자기자본 등의 요건을 갖추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기술평가등급을 받지 않는다. 대신 상장주관사가 상장 후 3개월 동안 일반청약자에 대해 공모가 90% 수준의 풋백옵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테슬라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8년 코넥스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거래된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경우 풋백옵션을 면제해줬다. 3년내 상장 주관한 기업의 3개월간 종가가 공모가의 9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는 경우에도 상장주관사 풋백옵션을 면제해줬다. 카페24와 제테마가 이 제도를 이용해 상장했다.

사업모델 기반 특례상장 제도는 사업모델이 독창적이거나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는 성장성 높은 기업을 위해 2017년 도입됐다. 역시 전문평가기관 평가를 거쳐 A등급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이 제도 1호 기업은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기업 플리토다.

성장성추천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한 기업도 있다. 이 제도는 2016년 10월 마련됐다. 상장주관사가 추천하는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기존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바이오 기업에 치중되는 현상을 보완하고 상장주관사가 성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셀리버리, 올리패스, 라닉스 등이 이 제도를 이용해 상장했다.

전문 기술평가기관의 평가와 경영성과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상장주관사가 엄격한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는다.

상장주관사는 공모에 참여한 일반청약자 대상으로 상장 후 6개월간 공모가의 90% 수준의 환매청구권을 부여받는 풋백옵션 의무를 져야 한다. 또 과거 3년간 상장을 주선한 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관리종목 지정 등에 해당하면 1년간 추천 권한을 제한받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성장성추천 상장사는 2018년 1개사, 2019년 5개사였다. 사업모델 기반 상장사는 2018년 전무했고 2019년 2개사였다. 테슬라 상장 기업은 2018년 1개사, 2019년 2개사에 그쳤다. 카페24와 제테마가 2019년 테슬라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