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부산에 국제 해저케이블 관문국을 구축한다. 관문국은 해저케이블과 국내 통신망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해외망 품질을 높이고 글로벌 통신사의 해저케이블 회선 유치 경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하반기 국제 해저케이블 관문국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부산 센텀에서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가 국제 해저케이블 임대와 지분 참여를 넘어 자체 설비로 관문국을 구축하기는 처음이다. 이전까지 SK브로드밴드는 해저케이블 관문국으로 KT 등 설비를 임대해 활용했다. 자체 설비 관문국 구축으로 자체 데이터 해외 전송은 물론 글로벌 사업자를 유치해 임대 사업을 전개할 기반이 확보됐다.
SK브로드밴드는 해저케이블 관문국 용량을 9테라(Tbps)급으로 구축한다. 36만명의 가입자가 동시에 초고선명(UHD)급 화질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4GB 용량의 영화를 1초에 280편 이상을 전송할 수 있는 규모다. 대규모 서버와 라우터, 광케이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을 갖추고 기업·소비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해외에 연결·전송한다. 자체 관문국을 기점으로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관문국 간 연결, 관문국과 해외 해저케이블망 연결 등 구간별 다양한 기업용(B2B) 서비스 모델이 가능하다.
이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9개 국가 11개 지역을 연결하는 'SJC2' 해저케이블 컨소시엄에 지분을 투자했다.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KDDI, 싱가포르 싱텔, 페이스북 등 유력 기업 9개사가 참여했다.
SK브로드밴드의 해저케이블 관문국 확보는 일차적으로 자체 해외망 품질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초고선명 영상 등 대용량 서비스 증가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해외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 설비를 바탕으로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해외망을 안정적으로 증설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해저케이블 사업자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장기로는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경쟁 활성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해저케이블 회선과 관문국을 포함해 국내 시장 1위는 KT로, 100Tbps급 이상 용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통신사 대상 사업을 사실상 독식했다.
LG유플러스와 세종텔레콤이 KT에 비해 적은 규모로 관문국을 운영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새롭게 대용량 관문국을 구축하면 해외 사업자와 연결·임대 사업에서 경쟁 기반이 확보될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해저케이블 사업자 입장에서 한국은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 규모로 매력적 시장으로 평가된다. 미국 투자회사 리치는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관련 지분을 전량 인수, 사상 첫 100% 외국인 지분 기간통신사인 대한리치를 설립했다. 이후 AT&T도 국내에 해저케이블 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고, 차이나모바일 등 글로벌 유력 통신사업자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21일 “대용량 자체 해저케이블 관문국을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 “국내 시장 경쟁은 물론 국제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도 위상과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센텀서 공사 착수…내년 하반기 서비스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