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요즘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말할 때 '어질리티'(민첩성)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빠르게 고객의 요구를 파악·선도하고 이를 반영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고객에게 전달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빠른 물고기' 비유가 이제는 식상한 표현이 됐지만 과연 기업은 민첩하게 고객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가.
현실 속의 수많은 기업에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수작업으로 처리되고 있고, 일부 직원은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허비한다. 이 또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로봇공정자동화(RPA) 등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고 있다. 기업은 애자일 조직도 만들고, 일하는 방식 변화도 적극 시도한다.
애자일 체계를 만들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갖춘 기존 정보기술(IT) 환경이다. IT 환경이 어질리티를 가능케 하는 기반임에도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이유는 독립성과 통합성 결여를 꼽을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IT 부서에 요청하면 “간단한 것 같지만 시스템에 구현하려면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기능 가운데 몇 가지는 반영이 어렵습니다”라는 답을 들으면서 의아하고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 노력을 포기할 수도 있다.
기업에는 수많은 시스템이 있다. 시스템은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한편으로는 업무 지원 효율이 매우 높지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기능을 개선하려 하면 그때부터 골치가 지끈거린다. 통합이 잘돼 있어서 기능 하나를 바꾸거나 추가·제거하면 그로 인한 영향도가 커지는 문제가 있다. 아주 간단한 변경을 위해서도 전체 시스템을 들었다 놔야 하는, 모든 기능을 다 테스트해야 하는 구조 상의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민첩성 확보는 요원하다.
글로벌 테크 기업은 이미 IT 민첩성을 확보, 사업 경쟁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11.5초마다 새로운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시스템 체계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구글·아마존 등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BoA, 평안보험 등 전통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가능할까. 1차로는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지속통합·지속배포(CICD), 애자일 개발 등 요즘 부각되는 IT 개발 방식에 의해 가능하다. 기본 개념은 가능한 기능을 독립 단위로 구분, 서로 간 영향을 최소화하고 독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는 것이다. 기능 간 통합과 연결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기술로 구현한다. 하나의 서비스가 변화되더라도 그로 인한 타 서비스의 영향을 제로로 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것을 애플리케이션 현대화(AM, Application Modernization)라고 한다.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커다란 프로그램을 독립된 작은 단위로 쪼개고, 서로 간 통합을 API 기술로 재구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앱이 변화(현대화)돼야 비로소 사업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민첩성을 지원할 수 있다.
많은 회사가 클라우드 도입으로 비즈니스 민첩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일부만 맞는 얘기다. 클라우드 인프라만 사용하는 것으로는 비즈니스 민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앱 자체가 현대화되고 전체 시스템이 이를 위한 체계로 변화해 가야만 가능하다.
국내도 다양한 산업에서 AM을 시도하거나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어떤 시도는 실패하기도 하고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경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민첩성 확보가 필요하다면 바로 AM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현신균 LG CNS 부사장 sg.hyun@lgc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