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가짜만 판매합니다.” 짝퉁백화점에는 그 문장만이 진짜일 거라고 얘기하며 한참을 웃은 기억이 있다. 그래도 가짜라는 진실을 알기 때문에 거부감은 전혀 없다. 진짜와 가짜가 공존하는 현실에 비해 신뢰의 틀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진실게임이 한창이다. 국민이 믿어 온 법의 결정이 거짓에 근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믿고 따르던 지도자가 가짜였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가짜대출·가짜상품·가짜뉴스 등이 진짜와 뒤섞여 판단을 어지럽히고, 공공기관과 언론까지도 가짜 놀음에 끼어들고 있다. 한 방송사가 다른 신문사를 가짜라 폄훼하고, 그들의 기사는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진실게임 때문에 혼란해진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가짜뉴스 폐해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미디어·파워블로거·유튜버 등의 영향력이 기성 언론을 위협하고, 언론의 지각변동과 함께 인기 중심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생산자마저 불명확한 뉴스가 생산되고, 오히려 가짜뉴스가 진짜보다 그럴 듯하다. 심판 없는 언론 시장에서 더 이상 진짜와 가짜 구별은 불가능해 보인다. 개인의 피해도 문제지만 언론에 의존해서 지탱해 온 신뢰사회가 위태롭다.
진짜를 자처하는 가짜 지도자도 있다. 드러난 거짓과 치부를 진실로 포장하기 위해 권력과 힘을 동원하는 그들을 알면서도 진짜로 믿고 싶은 대중이 애처롭다. 짝퉁도 가치는 있다고 믿으면서 가짜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마음일 것이다. 스스로 가짜임을 고백하는 짝퉁백화점만도 못한 지도자를 보는 국민은 불행하다. 사회 신뢰 회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지도층의 명단에서 자신을 지워 내는 일말의 용기를 기대한다. 언론을 넘나들며 갈등을 야기하는 대부분의 인사들이 그 대상이다.
맛으로 포장했지만 독을 품은 혜택도 가짜 범주에 포함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와 온라인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게으름에 익숙해지고, 학생들이 당연시해 온 등교의 불편함을 배우게 됐다.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노력보다 당장의 편리함이 더 절실하고, 그것이 마치 인터넷의 주요 혜택인양 포장되고 있다. 가짜 혜택이다. 실질 혜택은 사회 발전 및 삶의 가치와 연결돼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진짜와 가짜는 당연히 구분되지만 당장의 감별을 위한 비결은 '원칙과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지혜'다. 가짜가 원하는 바는 순간의 가치일 뿐 미래를 만드는 원칙은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짜는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사용, 자신을 유리하게 하고 사회를 혼란케 한다. 잠시지만 진짜보다 아름답고 맛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러나기 전까지는 진짜와 구별할 수 없고 발견된 후에는 다른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피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원칙을 준수하는 지혜는 풍부한 지식과 논리 훈련에서 시작한다. 학교가 입시에 몰두해 부정과 편견에 오염된 인재를 양성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참된 교육의 틀로 돌아와야 한다. 논문 한편에 집착해 대학 순위를 매기기보다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이 훌륭한 범죄자보다 평범한 인재가 더욱 필요한 시대다. 가짜를 거부하는 용기와 법·제도의 뒷받침도 필수다. 노동 가치보다 술수가 판치는 가짜사회를 방치하면 개인과 국가가 함께 파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