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금융은 규제산업이었다. 금융과 비금융을 구분 짓는 경계는 쉽사리 깨지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겼다. 그러나 규제가 완화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그 경계가 서서히 무너졌다.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에 핀테크가 떠오를 무렵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핀테크 시장 변화의 모습을 봐 왔다. 특히 2020년은 금융 산업 생태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19년 11월에 출범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으로 데이터 3법 개정의 출발점인 신용정보법이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산업), 지급지시서비스업(마이페이먼트 산업), 종합지급결제업 등장으로 비금융회사의 금융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금융 산업은 더 이상 규제산업이 아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때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핀테크기업과의 제휴 및 협업을 통해 기업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노력을 해 왔다.
시작은 2014년 핀테크 산업을 이끄는 주력 업종이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분야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초기 간편결제 서비스는 개별 금융기관의 펌뱅킹 서비스를 연동해야 했기 때문에 사업자에게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간편결제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이어 왔다.
또 2019년 11월에 시작된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핀테크 기반 서비스는 저렴하고 쉽게 금융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흐름에서 오픈뱅킹 시대를 맞은 최근의 상황을 보면 간편결제, 송금서비스 중심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놀랍다.
쇼핑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출발했지만 지급 결제 제휴를 시작으로 보험, 증권을 넘어 인터넷은행까지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 한마디로 막강한 빅테크 플랫폼을 활용해 스펀지처럼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곧 도래할 마이데이터 시대에 금융사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것은 이러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뿐만 아니라 빅테크 플랫폼에 다양한 금융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 시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전제가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빅테크 플랫폼에는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가 모두 축적된다. 초개인화 서비스(PFMS)를 준비하는 금융사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금융사는 빅테크 기업에 비해 아직 비금융 등 외부 데이터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를 수집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 방식이 바로 공개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제3의 기업'과의 데이터 공유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제3의 기업'은 금융정보 조회나 자금결제 등을 이용하고 금융사는 제3의 기업이 보유한 비금융 데이터를 공개형 API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공개형 API를 활용하면 스크래핑 방식과 달리 금융정보 이용 목적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고, 데이터 불균형을 방지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개형 API는 데이터금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중요한 네트워크 통로라 할 수 있다.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것이 금융사에는 분명 낯선 일이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시대의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금융사는 다양한 공개형 API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3의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데이터금융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김봉규 NH농협은행 디지털R&D센터 센터장 alex08@nonghy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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