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와 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간 입장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조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 반대에 막혔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3개 법안은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법안과 내용이 같다. 다만,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대학과 유치원 교원노조 설립 허용 등 지난달 개정 내용이 반영됐다.
노조법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 실업자와 해고자는 기업별 노조에 일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데 이를 허용한 것이다. 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결사의 자유 확대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영계가 내건 요구 사항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직결된 문제다. 전교조는 조합원 가운데 해직 교사가 있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았다.
국무회의 의결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21대 국회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를 포함한 사용자단체는 최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부에 제출했다. 당장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은 노사 관계의 악화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고자와 실업자는 회사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더욱 과격한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비조합원의 노조임원 선임을 허용할 경우 해당 비조합원이 정치적 위상 강화 목적 사업 등에 집중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경영계는 우려한다.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선진형 노사관계를 위해선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 측 대항권도 필요하다며 주요 선진국은 파업에 대항할 수단으로 대체근로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와중에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을 담은 개정안 작업이 강행되면서 자칫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는 코로나19로 초유의 경영난에 처한 기업에 '노조 리스크'마저 씌우며 경영상 부담을 안기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ILO 핵심협약 비준 21대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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