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집권 여당과 정부 폭거에 맞서겠다"...국회 냉각기 길어질 듯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국회 냉각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기습적으로 이뤄진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야당이 모든 상임위를 여당에 넘기는 '무소유' 카드는 현실로 다가왔다.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사찰 칩거를 끝내고 국회로 복귀하지만 첫 일성은 21대 국회 원 구성을 위한 협의가 아닌 정부와 여당에 대한 저항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회 복귀를 예고하면서 앞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과 집권 여당의 폭거에 '사즉생'의 각오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 강행해 사퇴의사를 밝히고 잠행을 이어간 지 9일 만이다.

그는 “말이 좋아 원 구성 협상이었지, 거대 여당의 횡포와 억지에 불과했다. 여당이 숫자로 거칠게 밀어붙이는데 103석의 야당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원 구성 협상에서 여당의 일방적인 통보만이 있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원 구성에 대해서는 18개 상임위를 모두 여당에게 내어주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20일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법주사로 찾아와 이제 상임위원장은 내려놓읍시다. 국회 상황이 주 대표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마음 다스리고 다음 주에는 올라오세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사임 의사를 밝힌 원내대표 복귀 여부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님들의 뜻을 물어 정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여당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사위에서 여당의원들이 한명숙 전 총리 판결과 드루킹 사건 등을 언급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숫자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이제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거대 여당 폭주에 따른 국정 파탄의 책임도 전적으로 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가 여당과의 대립을 예고하면서 향후 국회 기상도는 흐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여야 원내대표 기습회동에 이어 24일 여야 외교〃안보 합동회의가 열리는 등 한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큰 흐름은 바꾸지 못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여전히 원 구성에 대해 서로 각을 세우고 있다. 외교·안보 합동회의에서도 통합당은 앞서 배분된 외통위에 소속된 의원들 중 박진, 조태용, 태영호 의원만이 참석했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외통위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차 추경안 처리도 난항이 예상된다. 주 원내 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이 1주일 심사하고 통과시키겠다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은 시급한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용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을 모아 땜질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35조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추경,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