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재난이 발생하자 KT LTE 스마트폰 신호가 먹통이 됐다. 재난경보가 발령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로밍 명령을 내리자, 아무런 입력조치가 없었음에도 곧바로 SK텔레콤 망으로 연결된다. 안테나 4개가 완전히 채워진 상태에서 선명한 음성통화가 가능하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신용카드 결제까지 마치 원래 이동통신사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대로 이용한다. 모든 과정은 최초 재난발생 이후 1시간 이내에 이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재난시 이동통신 로밍 시연 행사를 25일 SK텔레콤 분당사옥에서 개최했다.
재난에 대비한 비상 이동통신 로밍 시스템 구축한 건 세계에서 처음이다. 통신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해 이동통신서비스를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날 시연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 분당지역 기지국에 재난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재난경보가 발령되자 SK텔레콤 분당국사 기지국이 KT와 LG유플러스의 사업자식별번호(PLNM)를 전송받아 각사 LTE 단말에 전파를 송출했다. 음성·문자는 통신품질에 영향이 없다.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우려해 데이터 속도는 네트워크 상황을 감안해 100kbps급으로 제한했지만, 피자 배달 후 카드결제 등 일상 생활에 활용하는데 불편이 느껴지지 않았다.
3G 이용자는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이통사 대리점에서 유심(USIM)을 유료 개통하고 착신전환 서비스를 적용해 기존 번호로 착신되는 전화를 수신한다. 통신 재난이 종료된 후 재난 발생 통신사에 유심비용과 재난기간동안 사용한 요금을 신청하면 사후에 보상받을 수 있다. 5G·LTE 긴급로밍으로 발생한 통화료 등은 3사 간에 사후 정산한다.
재난 로밍 시행으로 특정 통신사업자에게 광역시 규모 통신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이용자는 통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으며, 재난에 대응할 길이 열리게 됐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지난해 4월 재난시 비상 로밍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각 사별 약 100만 회선을 수용할 수 있는 재난로밍 전용망을 구축해 가동을 시작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동통신 로밍이 재난시 이동통신서비스 안정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난은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인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에 걸맞게 재난대비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이 될 수 있도록 통신망 안전관리에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종렬 SK텔레콤 ICT인프라 센터장은 “이통3사가 힘을 합쳐 재난 로밍을 통해 통신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