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 업체로 이용자 10만명 이상, 매출 10억원 이상 등 내용을 담은 시행령 초안을 제시했다. 인터넷업계는 사업자 기준으로 일괄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많아 서비스별 적용을 비롯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n번방 방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연구반을 25일 가동했다. 방통위 관계자, 교수진, 인터넷기업협회, 여성인권진흥원 등이 참여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시행령 초안을 공유했다. 관심을 모은 법 적용 대상 범위에는 정보통신망법이 정한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의무 기준을 대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 적용 대상을 논의하기 위해 다른 법에서 청소년보호책임 의무, 대리인 지정 등 기준을 참고했다”면서 “오늘 공유한 내용은 사실 초안이라기보다 (앞으로 수정이 가능한) 회의자료”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전년 말 기준 직전 3개월 일 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둘 가운데 어느 하나를 충족할 경우 청소년보호책임자를 둬야 한다. 이 조건을 대입하면 이름이 알려진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터넷업계는 사업자 대상 적용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아직 시행령 논의 내용을 보지 못해 조심스럽다”면서도 “하나의 인터넷 업체가 수많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개별 서비스를 적용 대상으로 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20대 국회는 지난 5월 회기 마지막에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명 'n번방 방지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 의무와 기술·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두도록 했다.
'n번방 방지법'은 오는 12월 10일 시행 예정이다. 시행령 제정 쟁점은 대상 사업자 외에도 △기술 적용 방식 △해외사업자규제 집행력 확보 등이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을 통과시켜 실효성 있는 시행령이 만들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은 자칫 인터넷 업체에 과도한 의무를 지워 '사적검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정의도 명확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업체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도 당장 담보하기 어렵다. 국내 수사 당국은 n번방 사태를 일으킨 텔레그램 서버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n번방 규제에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은 대리인 제도를 통해 집행력을 행사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 국내대리인 제도는 자동응답전화(ARS)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등 부실한 운영이 지적됐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