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유망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산이다. 일본 디스플레이업계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을 피해 잇달아 니치마켓(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JDI는 최근 온라인으로 2020년 3월 결산 회견을 열고 헬스케어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아 신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JDI는 “글라스 기반 위에 집적회로(IC)를 형성하는 백플레인 기술 기반의 생체 관련 센서가 핵심”이라면서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공생) 시대를 대비해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한다”고 설명했다.
JDI는 의료 현장에 최적화된 고화질·저전력을 구현하는 한편 비접촉 조작 방식 '센싱 디스플레이' 개발에 중점을 둔다. 몸에 착용해서 신체 반응을 파악하는 생체 센서와 화면을 만지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실제 JDI는 지난 1월 도쿄대와 지문, 맥박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생체 센서를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인간 게놈 분석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게놈 정보와 생체 데이터를 조합해 실시간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JDI는 오는 2030년까지 500조엔(약 5590조원)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정보·디바이스 세그먼트가 10조엔(112조원)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업계는 JDI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수익성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OLED 패널 시장은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은 중국이 각각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TLC와 200억엔(2236억원) 자본 제휴를 체결한 JOLED도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형·소형 OLED 시장에서 벗어나 '중형'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사업 재편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 양대 기업과의 투자 경쟁을 피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 수익을 시현하겠다는 로드맵이다. 업계 관계자는 5일 “JDI가 노리는 헬스케어는 한국·중국 디스플레이업계가 진입하지 않은 신시장”이라면서도 “JDI 행보가 OLED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쿠오카 미노루 JDI 최고경영자(CEO)는 자국 내 스마트폰용 LCD 패널 생산 거점인 '하쿠산 공장'의 일부 설비 매각이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JDI는 현재 샤프, 애플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쿠오카 CEO는 오는 9월을 매각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