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표준규격 개정을 검토한다. 기술변화에 따른 조치로 센터를 통한 중앙 제어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서 존재하는 긴급차량과 교통신호등 간의 거리 제약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은 7일 “표준규격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방센터·신호센터 간 연계를 통해 긴급차량의 위치·경로를 파악하고 해당 경로에 우선신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시범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제어 방식은 소방센터 등에서 긴급차량의 위치를 파악, 경찰청 신호센터로 전달하면 이에 맞춰 교통신호제어가 이뤄진다. 정확한 긴급차량 위치 파악과 초저지연을 구현하는 게 관건이다. 긴급차량과 교통신호제어기가 직접 통신하지 않아 통신 거리 제약이 없다. 다만 '긴급차량-소방센터-신호센터-교통신호제어기'로 연결되는 통신사 망을 활용하면서 비용은 발생한다.
기존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노변기지국(RSE)이 긴급차량에 탑재된 차량단말기(OBE)로부터 신호를 받아 교통신호제어기로 전달하는 구조다. 802.11a 무선통신 표준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단말 간 직접 통신하기에 통신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802.11a는 이동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1999년 확정한 표준으로 이론상 통신 반경은 이론상 30~60m에 불과하다. 고정형 통신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져 차량 이동 시 통신이 불안정할 수 있다.
앞서 국립전파연구원이 802.11a 통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클락 주파수, 데이터 전송속도, 채널 대역폭 등을 2분의 1로 감소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8년 규격 제정 당시 802.11a가 저비용으로 즉시 사용 가능하고 현장검증이 완료된 표준이었기에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802.11a 장비는 국내에서 크리웨이브만 생산한다. 2018년 표준규격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참여한 회사다. 크리웨이브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차량 내 지향성 안테나 사용 등으로 통신 반경을 1㎞까지 늘릴 수 있고 실제 사용환경에서 300~500m라고 주장했다.
매몰 비용을 고려할 때 표준규격 개정은 시급하다. 경찰청이 표준규격을 제정한 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의왕·광주·오산·김포·구리·양평·하남·고양, 경남 창원 등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진전 속도는 더디다. 아직 국토교통부와 표준 규격 개정을 위한 공식 협의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술변화에 따른 규격 개정을 검토 중에 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청이 중앙 제어 방식이 아닌 현장 제어 방식 유지를 결정하더라도 무선통신 표준을 웨이브(802.11p) 또는 C-V2X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웨이브는 2018년 경찰청과 국토교통부가 표준규격을 정할 때 또 다른 무선통신 표준 후보였다. 웨이브는 지향성 안테나가 없더라도 통신 반경은 1㎞로 802.11a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다. 차량 통신 전용 표준이기에 고속 주행 환경에서도 통신 품질에 지장이 없다.
C-V2X(LTE 또는 5G)를 적용할 경우에는 중앙 제어 방식과 마찬가지로 거리 제약이 없어진다. 통신사 기지국을 거쳐 통신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소방센터-신호센터 연계 위치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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