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한국판 뉴딜이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안정성도 강화하면서 산업과 경제를 디지털 및 녹색으로 재편하고자 한다. 한국판 뉴딜 가운데 그린 뉴딜에만 오는 2022년까지 일자리 13만3000개를 만들기 위해 12조9000억원을 투입, 기대가 된다. 그린 뉴딜의 주요 분야는 건물 제로에너지화와 스마트 그린도시 구축, 제조업 녹색 전환 및 녹색 산업 육성,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이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의 또 한 축인 그린 뉴딜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상반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단기성 경제 회생이 시급한 가운데 섣부른 그린 뉴딜이 오히려 경제위기 극복의 기반인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기후위기 비상 행동을 요구해 온 환경 그룹과 여권 일부는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화석연료 경제에서 녹색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 마당에 이번 그린 뉴딜은 너무 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재정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이 같은 조치를 모두 뉴딜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뉴딜은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 및 금융 확대를 넘어 '사회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 개입에 대한 국민과의 새로운 합의(뉴딜)'를 의미한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실직자와 저소득층을 구제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공황 시기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도 단기성 경제 회복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안정망 확충이라는 개혁 과제를 추구한 바 있다.
그린 뉴딜은 2008년 영국에서 '그린 뉴딜 그룹'이 제기한 이후 유엔환경회의(UNEP), 세계은행, 미국 민주당 등 여러 그룹과 국가에서 논의되고 제안됐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1조유로를 투입해 녹색 경제 전환을 가속하는 '유럽 그린 딜'에 본격 착수했다. 그동안 그린 뉴딜 제안들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개혁 과제를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다. 'K-방역'으로 위상이 올라간 한국 역시 기후위기 시대에 그린 뉴딜을 외면할 실리도 명분도 없다.
그린 뉴딜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기우다. 에너지 전환을 선도해 온 어떤 선진국도 공급 안정을 약화시키면서 대안 조치를 추진한 적이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져도 전력망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유연한 조치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은 향상되고 있다.
그린 뉴딜의 성공 관건은 국민과의 사회 합의다. 유럽 지역의 그린 딜은 탄소 중립 제로에 대한 유럽인들의 광범위한 동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유럽 시민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에너지 비용 등 다양한 부담을 기꺼이 감수한다. 녹색 전환 풍경에는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바이오설비가 흔하게 등장한다.
아직 한국판 그린 뉴딜은 장기 비전과 목표도, 현세대가 양보하고 타협하고 부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비전과 목표는 비용 및 양보를 필요로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판 그린 뉴딜이 집중해야 할 대목은 재정 사업 발굴과 열거가 아니라 사회 합의를 위한 소통 증진과 공감대 형성이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 sanghoonlee@ener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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